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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엄마, 곁에 오래 못있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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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엄마, 곁에 오래 못있어 죄송해요"

입력
200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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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를 부르니 벌써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언제쯤이면 눈물 없이 엄마를 그릴 수 있을까요?오늘 엄마의 증손녀가 백일이 되었어요. 이름이 '진휘'인데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온 가족이 다 모여서 기뻐하는데, 엄마만 없어서 저는 너무 슬펐어요. 1년 전만 해도 하얀 모시적삼을 입은 단정한 모습으로, 우리 모두에게 한없는 자애와 갚을 수 없는 은혜와 헌신을 보여주었던 엄마! 이 철부지 딸은 엄마가 곁에 있을 땐 그 가없는 사랑을 정말 몰랐어요.

엄마의 병이 조금씩 깊어지고 우리 모두와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난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어요. 때맞춰 온 나라가 경기 불황에 시달렸고 나 역시 일이 부도 위기에 몰릴 지경이어서 엄마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떠나시려고 그랬는지 좀처럼 그러지 않던 엄마가 어렵게 휴대폰 번호를 눌러서 "얘야! 어지간히 일 바쁘지 않으면 집에 좀 빨리 오너라, 사람이 그리워 죽겠다"고 했지요. 저는 그 말도 흘려버리고, 매일 자정이 넘어서 들어왔어요. 엄마, 죄송해요.

엄마가 입원을 하고, 순식간에 병이 악화하고, 치매증세로 가까운 사람도 못 알아보고, 결국은 날 보고 엄마라고 부르는 지경까지 왔지요. 잠시도 엄마를 혼자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결국 주간에는 간병인을 쓰고 야간에는 제가 엄마를 돌봤어요. 저녁 때 가면 엄마는 정신 없는 와중에도 날 붙들고 왜 이제 오느냐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고, 아침에 간병인에게 엄마를 부탁하고 나오면 내 옷자락을 붙들고 가지 말라고 울음을 터뜨렸지요.

1년이 넘도록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몇 달치 월세가 밀려 있어서, 한 달에 수백만원씩 들어가는 엄마의 병원비가 솔직히 내 가슴을 짓눌렀던 것 고백해요. 떠나야 하는 엄마를 두고 현실적인 것을 먼저 생각했던 나쁜 딸이에요. 어리석은 자식은 왜 몰랐을까요? 회한의 눈물은 아무리 흘려보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엄마, 정말 너무도 그리워요. 단 한번만이라도 엄마 얼굴을 만져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너무도 사랑하는 우리 엄마! 내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엄마의 딸이 될 거에요. 슬프지만 누구나 가는 길을 엄마가 조금 먼저 가있다고 생각하고 씩씩하게 살 거에요. 엄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마에게 잘못한 것 많아요. 정말 죄송해요!

/naok7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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