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의원들에 대한 여당 지도부의 고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108명 초선 의원들을 빗댄 '108 번뇌'라는 말이 그야말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선 의원들의 문제점은 튀는 행동에 그치지 않고, 주요 법안 등 의정활동에서까지 잇따라 나타나고 있어 지도부의 걱정은 커진다.천정배 원내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이제는 중요 사안들에 대해서 의원들 교육을 좀 해야겠다"고 말했다. "지시하고 교육하는 대표가 되지 않겠다"던 취임 초기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의 일은 이영호 의원 해프닝이다. 여야가 대치하는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개정안에 서명을 해놓고 뒤늦게 철회한 것도 문제이지만, 입법행위를 가볍게 생각한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애초 여당 의원이 서명할 성격의 법안이 아닌데도 잘 모르고 실수 한 것 같다"면서도 "그런 기본적인 상황파악도 못한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여론의 엄청난 역풍을 맞았던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를 두고도 초선 의원들의 책임문제가 나오고 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부결시 파장 등에 대한 정치적 고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초선들이 상당수 일 것"이라는 추론이 늘고 있다. 당시 한 초선 의원은 감표위원을 맡은 의원에게 "어떻게 찍어야 하나요?"라고 물으며 기표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3일부터 이라크파병재검토 결의안의 상정을 촉구하며 철야 농성에 들어간 7명의 우리당 의원 중에도 초선이 5명이다. 결의안에 서명한 우리당 27명 의원 중에는 초선이 무려 23명에 달한다.
당내 한 다선 중진 의원은 "당내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개진은 신선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의정활동에서의 아마추어리즘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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