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암동 사는 사람만 과천시민이고 갈현동 주민은 과천시민이 아닙니까?"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과천시에 때 아닌 민(民)―민(民)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국군기무사의 과천 이전문제. 과천시가 기무사가 이전할 예정인 주암동 부지 대신 갈현동 밤나무단지 11만평을 제시하자 이 일대 주민들이 즉흥행정의 표본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곳 주민들은 기무사 이전반대를 외치던 주암동 주민 주도의 이전반대공동대책위마저 시 발전을 이유로 대체부지를 옹호한다는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 , 시가 '적전 분열' 야기
이 와중에 과천시는 기무사 이전 백지화는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밤나무단지를 대체부지로 사실상 낙점한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달초 밤나무단지가 기무사 이전 대체부지로 제시된 뒤 과천시 홈페이지는 갈현동 주민들의 항의성 글이 하루 수십건씩 뜨고 있다.
주민 박모씨는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시가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제 과천 시민들은 기무사가 아닌 시장을 상대로 데모해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이모(69)씨는 "주민투표를 한다면 대다수가 주암동을 선택할 것이라는 것을 시장만 모르고 있다"며 "갈현동으로 이전하려면 차라리 주암동으로 옮기라"고 날을 세웠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가 택지 등으로 개발할 여지가 높은 주암동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갈현동을 희생시키려 해 '적전분열'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기무사, 민원 없는 곳 OK
이미 이전예정기한을 9개월여 넘긴 기무사는 주암동과 갈현동 중 민원이 없는 곳이면 어느쪽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갈현동 부지를 3차례나 답사한 기무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공사에 착수해야 할 입장"이라면서 "주암동을 선호하지만 갈현동도 민원이 제기되지 않으면 이전부지로 검토해 볼수 있다"고 말했다. 기무사는 시가 결사반대에서 대체부지를 제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과천시는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대체부지를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면서 "경마장, 서울대공원과 가까운 주암동보다는 관악산 자락으로 개발이 불투명한 밤나무단지에 기무사가 들어서는 것이 시 전체를 위해 낫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갈현동 인근 주공2,3단지 주민들은 "과천시민의 뜻은 기무사 이전 자체를 막는 것이었다"며 "시가 공청회나 시의회의 동의도 없이 앞장서 기무사에 대체부지를 제공한 것에 대해 반대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시는 "갈현동 부지가 채택되도록 시민들을 상대로 적극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기무사 사태는 과천시와 갈현동, 주암동 주민들간 '3각 대립'으로 또다시 확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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