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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회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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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회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정진영

입력
200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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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 많이 탔고 법을 바꾸는 계기도 마련했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사회 이슈를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을 같은 제목, 같은 포맷으로 12년 넘게 이어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 아닐까요.”17일 500회를 맞는 SBS 시사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인 영화배우 정진영(40)씨.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500회 맞이 소감에서도 특유의 차분함이 배어있다.

PD들이 출연해 내용을 소개하는 여느 시사 다큐와 달리, ‘그것이…’는 1992년 3월 문을 열 때부터 전문 진행자를 내세워 시청자와 대화하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보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 였으니, 진행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초대 진행자이자 통산 6년5개월을 진행한 문성근씨의 뒤를 이어 2002년 5월부터 진행을 맡은 정씨는 목소리의 톤은 낮지만 꾹꾹 눌러 말하는 듯한 호소력 있는 말투와 차분한 진행 솜씨로 호평을 받아왔다. 노하우를 묻자 “특별한 건 없고, 제작진의 일원이라기보다는 ‘최초의 시청자’라고 생각하고 임한다”고 말했다.

“녹화 전 내가 시청자라면 무엇이 가장 궁금할까, 논리의 비약은 없나 등을 따져 제작진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진행할 때도 시청자의 입장에 서서 감정을 조절하려고 애씁니다.”

본업인 영화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해 진행을 그만 두려 한 적이 있었다. “바쁘기도 하지만 제가 워낙 둔하다 보니 영화 일 하다 코드를 확 바꾸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제작진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고, 앞으로 1년 정도는 더 진행할 계획이다.

그가 느끼는 어려움은 뭘까. “제작 환경의 급변이지요. 인터넷 덕에 새로운 정보라는 게 별로 없는 시대에 이슈를 찾아내 60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에요. 인권의식 제고 등으로 인터뷰나 그림 확보도 쉽지 않고 취재하고 방송하지 못하거나, 방송했다가 소송에 걸리는 일도 많아졌죠.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충분히 다루지 못할 때 가장 안타까워요.”

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을 다룬 ‘총을 들 수 없는 양심’ 편(6월12일 방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반대 여론이 높아 제작을 결정하기까지도 힘들었고, 방송 후에도 비판을 많았다.

그러나 그는 “국민 정서상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언젠가는 대체복무를 인정해야 하고,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화급한 이슈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더 기울였으면 해요. 당장은 질책을 받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는 17일 밤 10시55분 500회 특집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 가진 자의 의무’를 방송한다. 미국의 록펠러 가문과 빌 게이츠 재단,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이끄는 내셔널트러스트의 활동 등을 취재해 서구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전통이 어떻게 쌓여왔는지 살펴본다.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 최근 상속세 1,300억원을 납부한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 등 국내의 모범 사례도 담는다. 신언훈 책임PD는 “사회비리 등 어두운 주제를 많이 다뤘는데, 특집인 만큼 긍정적인 내용을 담으려 한다”면서 “내용상 모자이크나 음성변조가 없고 6㎜ 카메라 대신 ENG로 촬영해 모처럼 깨끗한 화면에 밝은 이야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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