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을 끼고 있는 강원 평창 장전계곡, 장구목이골, 숙암계곡 등은 때묻지 않은 계곡으로도 좋지만 원시의 생명이 꿈틀대는 이끼로 더욱 유명한 곳들입니다. 이들 계곡을 통틀어 이끼계곡으로 부를 정도입니다.사실 웬만큼 감성이 풍부하지 않고서는 이끼를 보고 감동을 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 일대 이끼는 느낌이 다릅니다. 바위 틈에 붙은 푸른 빛의 이끼가 등산로를 따라 나있는 계곡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이끼바위 사이로 작은 폭포가 돼서 떨어지는 계곡물은 거대한 폭포의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미니멀리즘의 극치라고 할까요. 새벽이나 해질녘, 햇살이 누그러질 때면 삼각대를 세워둔 채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작가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잦을수록 이끼계곡의 상처도 커집니다. 간혹 이끼가 패인 채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런데 몇몇 이끼는 훼손된 흔적이 이상해 자세해 들여다보니 누군가 끝이 뾰족한 무언가로 이끼를 긁어냈더군요.
이끼를 훼손한 사연이 궁금했는데, 그 내용을 전해 듣고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진작가들이 이끼를 사진에 담은 뒤 이끼를 뭉개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혼자서만 간직하려는 욕심때문이라나요, 순간 분노가 치밀더군요.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움을 혼자서만 소유하겠다는 생각은 정말 옹졸하기 짝이 없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고 군림하려는 오만으로 넘쳐납니다.
우리는 억만급 시간의 대자연속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입니다. 자연은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그리고 고스란히 후손들이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자연은 늘 가슴떨리는 감동을 제공합니다.
이런 자연을 아프게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아프게하고 황폐하게 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잊는 것 같아 여행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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