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한·미·일이 각각의 '당근'을 마련해 북한에 대한 입체적인 설득을 벌이는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6·15 4주년 기념식에서 '획기적 지원책'을 언급한 데 이어, 콘돌리사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9일 '깜짝 놀랄만한 보상'이란 말을 했다. 일본측도 조만간 보상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3국이 모두 선물꾸러미를 들고 북한 앞에 선 셈이다.
라이스 보좌관의 방한에 이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한으로 한미일 공조의 격도 높아졌다. 3국의 대북정책이 이처럼 한 방향으로 일치한 것은 모처럼 만의 일이다. 특히 한·미·일 정상이 모두 국내정치적 이유로 북핵문제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21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북핵문제로 압축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두 차례 방북에서 자신감을 얻어 이 문제의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다. 6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목이 마를 정도로 (부시 대통령과)춤추고 싶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일 회담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은 대북 에너지 지원책이다. 일본은 3차 북핵6자회담에서 북핵동결의 대가로 국제사회가 제공하는 중유지원에 동참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음달에는 북일 수교 교섭팀이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에너지 지원 방안을 준비해왔다. 국제사회의 대북중유공급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남북간의 다양한 에너지 협력방안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핵 문제 진전이 있을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대규모 지원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3차 북핵회담에서 '포괄적인 북핵해법'을 제시한 이후로 전방위로 북한을 유혹하고 있다. 파월 국무부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백남순 북한 외무상에게 "이념과 체제가 다르더라도 중요한 분야에서 협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련의 조치들이 11월 대선을 겨냥한 부시 행정부의 '전술'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최근 미국 내의 기류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수교 교섭은 북핵문제 해결 뒤에나 가능하다는 게 지금까지 미국의 일관된 입장인데 최근 강경파들 사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수교'도 거론된다는 것.
우리 정부도 최근들어 북핵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북핵문제가 해결된 뒤에나 가능하다던 남북정상회담도 돌파구 마련을 위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안을 승인한 데는 노 대통령의 꾸준한 요청이 있었다는 풀이도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태효 교수는 "미 대선 이전까지 북한을 건설적 제안으로 묶어두자는 데는 한미일 3국이 빈틈없는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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