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에 살면서]쏙 빼닮은 유럽인과 한국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에 살면서]쏙 빼닮은 유럽인과 한국인

입력
2004.07.14 00:00
0 0

아시아인과 유럽인은 유럽인과 미국인보다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미국인이 쓴 네덜란드에 관한 작은 책을 봤다. 그 후 한국에 관한 비슷한 책을 샀다.그런데 이 책들은 여러 관점에서 같았다. 미국인들은 똑같은 것에 관해 불평하고 있었다.

나는 주한 외국인 이메일 클럽 회원인데 그 클럽에서 나 혼자만 유럽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인, 캐나다인, 호주인이다. 그 클럽에 새로운 외국인이 들어오면 그들은 똑같은 것에 대한 불평을 한다. 교통문제, 버스, 복잡한 거리, 오염, 무례한 사람들 등에 대해. 난 유럽에서도 그런 일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한 캐나다인이 "그렇게 말하다니 웃기네요. 저는 벨기에와 독일에 살았었고 지금 한국에 있는데 이제서야 우리(북아메리카인)가 다르다고 느끼거든요"라고 했다.

구세계(유럽)엔 긴 역사와 오랜 문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신세계(아메리카)는 짧은 역사와 새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 긴 역사를 갖고 있었지만 개척자들에 의해 붕괴됐다.

신세계 사람들은 그들의 개인적 공간을 중요시해 누군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불편해 한다. 신세계는 텅 비어 있었으니 이해가 된다. 구세계 사람들은 신세계가 어떻게 텅 비어 있을 수 있는지 이해를 못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촌과 북쪽에 있는 두 산에 올랐는데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정상에 올랐을 때 사촌에게 북쪽으로 더 가면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3,000㎞까지는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주변에 하이킹을 가면 명동보다 더 복잡할 것이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한 네덜란드 친구가 3주간 호주에서 4,000㎞를 자전거로 여행했다. 그는 3,000㎞를 갔는데도 집도 사람도 아무 것도 없었다며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탈 수 없었다면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의 어떤 곳에서는 도시가 너무 멀어서 쇼핑을 하러 가는 데 경비행기를 이용한다. 이웃집에 가려면 차로 한 시간 또는 7∼8시간을 가야 한다.

구세계에선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지만 신세계에선 친구를 만들기도 쉽고 잃기도 쉽다. 구세계는 친구 만들기가 어렵지만 한 번 만들면 오래 간다. 구세계는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을 의심하고 그들과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구세계에선 사람들끼리 부딪쳐도 미안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법이 그렇게 엄격하지 않다. 신세계에선 조그만 일에도 경찰이 개입하고 법이 엄격하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화를 내고 공격적이 된다. 구세계보다 미국에서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난다.

결국 구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신세계에서 온 사람보다 더 한국에서 적응을 잘 하는 것 같다.

헨니 사브나이에 네덜란드인/단국대 전임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