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수를 늘려 기계는 풀 가동하고, 대신 근로자들에겐 충분한 휴식과 체계적인 학습을 제공하는 '유한킴벌리 모델'이 기업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현재 4조2교대 방식으로 '4일 근무→3일 휴무→1일 교육→4일 근무→4일 휴무'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연간 180일 근무하는 셈이다. 충분히 쉬고 평생 공부할 수 있도록 해 무재해와 생산성 제고를 달성하는 한편, 공장 풀가동으로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게 유한킴벌리 모델의 핵심이다.
충북 음성 풀무원 제3두부공장 사례
6월말까지만 해도 이곳 근로자들은 여가나 학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3조3교대, 즉 전체 근로자들이 3개조로 나뉘어져 매일 8시간씩 공장을 돌려왔기 때문이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공부나 자기계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재고량을 조절해 일요일 하루 정도 쉬었는데, 이때는 고가의 기계를 멈춰 세워야 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근무방식이 바뀌면서 근로자들 사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3조3교대가 4조3교대로 바뀌었고, 줄어든 근로시간을 이용해 근로자들은 두부 제조과 품질, 안전과 문화강좌 등 처음으로 제대로 된 교육도 받게 됐다. 현재 이곳 근로자들은 '5일 야근→2일 휴무→5일 중근→1일 휴무→1일 교육→5일조근→1일 휴무'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한 조를 더 고용했기 때문에 인건비는 늘었지만, 공장을 세우는 일은 없어졌다. 근로자 한 사람의 근로시간은 20% 줄지만, 생산량은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이 공장의 모토는 '세계 최고의 두부공장이 되자'는 것이다. 풀무원은 2007년부터는 전국 12개 공장에 이 같은 근무방식을 도입하고, 4조3교대를 '4일 일하고 4일 쉬는' 4조2교대로 점차 전환할 방침이다.
강남 UIC시카고 치과병원 사례
전문의 4명과 치위생사 등 직원이 20여명인 강남의 UIC시카고 치과병원. 이 병원이 유한킴벌리 모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365일 진료시스템을 도입하고 부터다. 이 병원은 올들어 평일에는 오전8시∼오후8시, 토요일 오전8시∼오후5시, 일요일에는 오전8시∼낮1시까지 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오전8시∼오후5시 근무조와 오전10시∼오후8시 근무조 등 중복 2개조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곧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진료시간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이 녹초가 됐던 것.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직원 교육도 힘들었다. 그래서 이 병원은 새로운 근무방식, 교육방식을 고민하게 된 것. 현재 이 병원은 주말 진료시간 연장에 맞춰, 3교대제를 도입하는 방안 스케일링 등 구강위생관리팀, 수술팀, 미용팀 등으로 기능별 교대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영훈 원장은 "어떤 방안이든 평일 진료시간대를 오전7시30분∼밤10시로 더 확대하고, 토·일도 저녁 시간대까지 진료할 계획"이라며 "남는 시간으로 직원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확산될 수 있을까
유한킴벌리 모델의 확산은 한국노동연구원 산하 뉴패러다임센터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이 곳은 정부 예산으로 각 기업에 무료 컨설팅을 해주는데, 유한킴벌리 직원들도 파견돼 있다.
그러나 재계는 다소 냉소적이다. 공장을 풀 가동해 물건을 만들어 내면 팔려야 하는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나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장치산업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는 것. 경총 김동욱 팀장은 "시장상황과 재고에 따라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대부분 기업은 교대근무조 한 조를 늘리면 인건비 낭비"라며 "유한킴벌리의 생산량 증대로 경쟁업체는 오히려 고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신봉호 뉴패러다임센터 소장은 "유한킴벌리 모델의 핵심은 교대근무제가 아니라, 학습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 조를 늘리지 않더라도 예비인력을 늘려, 근로자들에게 학습과 휴식을 제공,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패러다임센터는 풀무원, UIC시카고 치과병원에 이어 대명화학 등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내 20여개 기업에 유한킴벌리 모델을 컨설팅해줄 계획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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