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피고인이 변호사 가까이 앉아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수사 개시부터 형 집행까지 관여하는 검사의 집중된 권한을 줄이는 방안도 모색된다. 대법원은 12일 '바람직한 형사사법시스템의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대법원은 이를 포함한 형사사법개혁안을 마련, 사법개혁위원회에서 합의되면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할 예정이다.피고인, 변호인과 나란히 앉아
대법원은 법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사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처럼 변호사가 피고인 가까이 앉도록 좌석 배치를 바꿀 방침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재판장의 정면에 바로 앉도록 규정, 피고인이 검사와 변호인의 가운데에서 신문에 응하고 있다. 이는 일제시대의 법정과 유사한 것이나 막상 일본은 미군정 당시 피고인이 변호사 바로 앞에서 조력을 받도록 규정을 개선했다. 미국과 독일에서 피고인은 변호사와 거의 나란히 앉아 검사와 공방을 벌이도록 돼 있다. 서울고법 정준영 판사는 "지금처럼 피고인이 변호인과 분리되어 있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권한 분산
토론회에선 검찰이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와 소추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본래 기능보다는 특수수사 같은 수사분야에만 지나치게 역량이 투입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준영 판사는 "강도 높은 수사로 진실발견에 능력을 보이는 검사가 인정 받는 풍토에서 검사는 최고의 수사관 또는 고급경찰에 불과할 뿐 '국가를 대리하는 법률가'는 아니다"라고 김종구 전 법무장관의 논문을 인용해 비판했다.
현재 검사가 수사를 직접 주재하고, 또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가 수사를 하는 독일의 경우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고, 우리처럼 형사소송 절차에서 당사자주의(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당사자 입장으로 소송을 진행되는 방식)를 취하고 있는 미국에선 검사가 수사를 주재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검사권한의 집중문제를 제기한 것은 법무부가 현재 참고인 강제구인 등 오히려 검찰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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