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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59>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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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59>클레어

입력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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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7월13일 영국 시인 존 클레어가 잉글랜드 헬프스턴에서 태어났다. 1864년 노스앰턴에서 졸(卒). 오늘날 클레어는 워즈워스, 콜리지, 키츠, 셸리, 브라우닝, 바이런 같은 항성으로 이뤄진 영국 낭만주의 성좌의 한 별로 꼽힌다. 그러나 클레어는 죽은 뒤 반세기 이상 영국 문학사에서 거의 잊혀져 있었다. 게다가 그의 생애 역시 대부분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어둠은 여러 겹이었다. 클레어는 이름을 크게 떨치지도 못했고, 가난했고, 마침내는 발광했다. 그는 생애의 마지막 28년을 정신 요양소에서 보냈다.후미진 농촌의 빈민 자식으로 태어난 클레어에게 가난은 운명이었다. 그는 열한 살 때 학교를 그만둔 뒤에도 예외적인 재능과 열정으로 독서에 몰두해 부모에게 씌워진 무학의 굴레를 벗고 그 시대 교양의 정점에 다다랐지만, 그것이 그의 가난을 밀쳐내지는 못했다. 클레어는 흔히 '농민시인' '농촌시인'으로 불린다. 19세기 전반 잉글랜드 농민의 애환을 클레어만큼 생생하게 그린 시인은 없다. 그의 농촌시들은 고향 농민들이 사용하는 일상 속어들로 힘차게 파닥거렸다. 그런데도 그는 아내를 포함한 둘레 사람들로부터 거의 이해 받지 못했다. 그런 고립감이, 가난과 함께, 그의 발광을 유발했는지도 모른다. 클레어의 첫 시집 '전원 생활과 풍경을 그린 시들'(1820)은 독자들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작업들을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네 번째 시집 '전원의 뮤즈'(1835)가 옛 독자들에게 그의 이름을 잠시 상기시켜주었을 뿐이다.

클레어의 시 '삶이란 뭘까?'의 첫 연. "그런데 삶이란 뭘까? 달리는 모래시계/ 아침해로부터 도망치는 안개/ 바쁘고 부산스럽고 아직도 계속되는 꿈/ 삶의 길이? 일분의 휴지, 한 순간의 생각/ 행복은? 잡으려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개울의 거품."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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