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터넷 보급률을 가지고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실상 '인터넷 문화'에서 과연 인터넷 강국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유지되고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선진국과 비교하여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첫째 실속은 없고 외형만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는 사이버 세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내 대학, 정부기관, 사회기관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복잡한 프레임과 함께 유난히 그래픽이 많다. 디자인 기능을 강조해야 하는 상업적 사이트의 홈페이지를 제외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픽이 많은 홈페이지는 언뜻 좋아 보이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속도가 느리다. 또한 홈페이지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워 인터넷 항해를 어렵게 한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콘텐츠 제공자와 유지·보수 담당자의 논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 내용을 하나만 수정하려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결국 홈 페이지의 내용이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 제작해야 하는 지경이 된다.
선진국의 대학, 정부기관, 대기업 홈페이지처럼 텍스트 중심, 정보 중심의 홈페이지로 하여 유지·보수를 쉽게 해야 한다. 정보가 있는 곳 가까이에서 홈페이지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 좋다. 선진국 대학의 교수들은 자기 홈페이지를 직접 관리한다. 직접 관리하는 것을 품위 없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두 번째 특징은 사용자의 자율권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올라오는 팝업창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용자는 한번 방문에 팝업창 없이 하나의 윈도만을 볼 권리가 있다. 팝업창을 일일이 닫아야 하는 수고를 사용자에게 아무 거리낌없이 부담지우는 횡포를 부린다. 또 사용자가 정해 놓은 윈도의 크기를 무단으로 바꾸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요즈음 인기 많다는 모 커뮤니티 사이트는 창의 크기를 아예 작은 크기로 고정시켜 사용자가 조정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싫으면 안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모든 현상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우리의 문화를 반영한다 점에서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문화를 담고 있는 사이트, 이러한 문화 아래서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복주 단국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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