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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재단 희망가게 1호점 '미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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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재단 희망가게 1호점 '미재연'

입력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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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옆 골목을 돌아가면 이색적인 한식당이 눈에 띈다. 입구에 '희망가게, 아름답고 재미있고 자연이 있는 식탁 '미재연'이란 조금 긴 상호가 걸려 있다. 11일 개업식을 갖고 정식으로 문을 연 이 식당은 아름다운 재단이 저소득 모자 가정을 돕기 위해 시작한 첫 사업현장이다.일반 시민들이 기부한 돈으로 설립된 아름다운 재단은 태평양 그룹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이 기부한 50억원을 더해 영세한 모자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자체 선발한 3명의 여성에게 어엿한 '음식점 사장님'의 기회를 제공했다.

공동 사장인 김미연(40) 이재선(40) 박연수(29·이상 가명)씨는 "재단에서 큰 도움을 받은 만큼 꼭 성공해 남을 돕자고 의기 투합했다"며 "1호점이니 만큼 빨리 가게를 정착시키는 것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다른 어머니들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가게 이름인 미재연은 3명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만들었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자연이 있는 식탁이란 뜻도 담겨 있다. 미재연은 채소를 이용한 새싹비빔밥과 버섯들깨탕, 샤브샤브 등을 취급하는 한식 전문점으로 식사 전후에 다양한 꽃으로 우려낸 꽃차를 제공하는 식으로 다른 식당과의 차별성을 꾀했다.

주방장인 김씨는 "다른 두 분과 논의를 해서 식사시간이 아닌 때 오는 손님들에게는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대신 기부금을 받는 등 남에게 도움을 주는 식당임을 알릴 계획"이라며 "아직 미숙한 점이 많지만 누구나 편하고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밝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재단은 지난 1월 정부의 최저생계비(월 60만∼70만원)를 받는 모자 가정에 한해 지원자를 접수해 응모한 30여명 중 형편이 어렵거나 사업 진행에 적합한 이들 3명을 최종 선발했다. 3명은 아무런 사업아이템이 없는 상황에서 재단측에서 장기저리로 받은 9,000만원과 무상 제공받은 1,000만원을 갖고 컨설팅업체 관계자 등과 3개월간 어디서 어떤 사업을 시작할지 등을 머리를 맞대며 궁리했다. 결국 김씨가 요리를 맡고 이씨와 박씨가 주방보조와 카운터·서브 등을 맡는 한식점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식당 수익금은 3인의 공동 사장이 나눠 갖게 되며 재단에게 수익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환원하게 된다.

4년 전 남편과 사별해 10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돌 봐 줄 시간이 없는 게 가장 걱정된다"면서도 "아들이 크면 '아름다운 일'을 하느라 바빴던 엄마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박씨도 "좀 더 떳떳한 엄마로서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가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재단은 연말에 희망가게 2호점을 여는 등 저소득 모자 가정이 서로 도와 빈곤을 탈피하고 가난이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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