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으로 일관해온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12일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날 불만은 청와대와 여당이 아닌 당내 보수파가 터뜨렸다. "더 이상 국민 뒤에 숨지 말라"는 것이다.12일 오전 당내 3선 이상 중진 18명이 모인 국회 귀빈식당에선 격한 고성이 터졌다. 김덕룡 대표권한대행이 예결위 상임위화와 관련한 방침을 설명하려던 자리였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 등 현안에 대해 지도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당내 보수파의 불만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김용갑 의원은 "수도이전에 대응하는 태도가 미흡하다"며 "예결위 상임위화에 신경 쓰다 보니 제 역할을 못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배 의원도 "지도부가 수도 이전 문제 등 맥을 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지엽적 문제에만 매달린다"고 역시 비판에 동조했다.
홍준표 의원은 급기야 "최근 당지도부에서 하는 것을 보면 야당인지 2중대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여권이 수도이전 문제 등을 들고 나오는데도 쟁점화도 못하고 예결위 상임위화에만 명운을 걸고 있다"고 비난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회의는 서둘러 비공개로 들어갔지만 고성은 밖으로까지 울러 펴졌다.
의원들은 모임이 끝난 뒤에도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을 친노-반노 구도로 공세적으로 몰아가는데 당은 비겁하게 국민들 뒤에 숨어 있다" "수도이전 논쟁으로 나라가 엉망이 되가는데 한나라당은 도대체 어디 있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날도 한선교 대변인 명의로 "한나라당이 수도이전을 직접 반대않고 타당성 재검토를 제안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안전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배려다"라며 알 듯 말듯한 논평만 내놓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