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실 근무만 11년에 거쳐간 대변인이 19명.'지난달 30일자로 정년 퇴직한 한나라당 대변인실의 '산증인' 배용수(51) 전 행정실장의 이력이다. 그는 1982년 8월 민정당 공채 4기로 정당에 발을 들여놓은 뒤 93년부터 올 6월까지 대변인실에서만 일 했다.
그의 업무 스타일엔 '견마지로'란 말이 딱 어울린다.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자료를 모아 초안을 만들었고, 저녁엔 가판 신문을 점검해 밤늦게까지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쉬운 소리'를 하기도 했다. 부대변인을 겸하다 보니 대여(對與) 공격수로서 험한 일도 여러 번 당했다.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고발된 것이 10차례가 넘고 공개 사과도 해야 했다.
민정당 공채 동기들이 시장이다 뭐다 하면서 '출세'를 할 때도 그는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후배들이 보는 그는 우직하다 못해 답답하다. 4·15총선을 앞두고 당초 비례대표 당선권 배정이 유력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32번이었다. 후배들은 "뭐하러 그런 고생을 했느냐"며 타박했고 그 역시 울화가 치밀어 당무 보이콧으로 지도부에 항변했지만, 그것도 며칠을 넘기지 않았다.
그는 대변인 행정실장직을 물러났지만 수석 부대변인 직함을 달고 여전히 당사로 출근한다. 배 전실장은 지난 22년의 정당생활을 회고해 보라는 요청에 "두 번의 대선실패가 가장 가슴 아프고 이회창 총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쓰게 웃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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