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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위협받는 근로자 발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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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위협받는 근로자 발언권

입력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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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노사분규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시내버스, 병원, 택시, 자동차회사들, 금속노조 등의 임단협이 갈등 속에 파업이나 혹은 타협으로 해결되었다. 한미은행이 파업을 지속하고 있고 병원의 노사 갈등이 끝나지 않았고 5개 지하철 노조의 예정된 파업이 사회적인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단협을 체결하는 봄에 주로 파업이 집중되는 과거의 양상에서 최근에는 여름까지 지속되면서 하투(夏鬪)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파업이 발생하면 늘 조합원들의 결연한 모습이 언론에 비쳐진다. 또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계산되고 지하철이나 병원, 은행처럼 공공부문일 경우에는 국민들의 불편이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이러한 대다수 언론의 보도 자세는 특정 언론이 보수적인 탓도 있지만 아직도 파업을 회사의 성장이나 사회의 성숙화를 저해하는 현상으로만 보는 권위적인 문화나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다. 또 영국처럼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가진 나라들에서도 파업에 대한 보도는 특정한 단면만을 부각시켜서 그것이 일어난 원인은 심도 없고 불완전하며 편파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면 선진국들의 경험이나 우리의 최근 상황에서 볼 때 파업의 원인이나 그 경제적 성과와의 연관성에서 언론에서 충분히 안 다룬 파업의 중요한 단면은 무엇일까.

우선 근로자들이 조직한 노조에서 어떻게 파업이 결정될까? 많은 경우에 노사 간의 갈등의 씨앗이 장기간에 배양되면서 특정한 경제·사회적 상황 하에서 갈등이 불거지게 된다. 예를 들면 근로자들이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열악해서 불만이 쌓이던 중에 도산, 소유권 승계, 인원 감축 등의 구조조정이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면 노조가 반발하면서 파업이 터진다. 또는 어려운 경영 여건을 이유로 낮은 임금 인상을 고집하는 사용자에 대해 생계 유지가 관심사인 근로자들의 이해가 대립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높은 성장을 이룬 기업에서 더 많은 분배를 요구하는 노조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는 이러한 경제적 변화의 시기에 사용자가 노조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변화를 추구하면서 노조가 반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파업이 경제사정을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악화된 경제 사정이나 이에 따른 사용자의 태도가 파업을 촉발하는 인과관계도 중요하다.

그러면 파업의 과정은 어떠한가? 파업 중에 자본이나 경영권을 가진 사용자들의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입장과 달리 근로자들은 사용자들의 회유나 협박 그리고 일자리나 생계 유지에 대한 걱정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보통의 경우에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 간의 입장차나 파업 후 특정 조합원들의 실직, 노조의 지도력에 대한 비난 등의 파업 후유증이 지속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을 감행하는 이유는 대개의 경우 수세적인 입장에서 조합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지키기 위함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위협이 없다면 단체교섭에서 사용자들은 불성실한 자세로 일관하게 되고 노조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파업이 없으면 근로자들이 발언권을 못 가지게 되면서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심화되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이 많아진다. 파업 후에 노사 간의 갈등 원인이 개선되어 심기일전해서 경영 성과가 개선되기도 한다.

정부나 사용자는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 갈등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과거에 해 왔던 땜질식 처방을 지양해야 한다. 정부는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줄이고 노사 간에 화합을 유도하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이면서도 우리 토양에 잘 맞는 제도 개혁을 학계와 같이 고민해야 한다. 사용자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과 노조의 적절한 요구를 조화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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