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일변도였던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하는 것일까.지난 주 방한했던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남긴 말 한마디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폐기 대가로 '놀랄만한 보상'을 할 것처럼 여운을 남겨 북핵문제가 돌파구를 찾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오고있다. 라이스 보좌관은 9일 서울을 떠나기 직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 "북한이 핵활동을 중지하고 국제사찰을 받고 진정한 핵폐기를 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것이 가능하게 될지 북한은 놀랄 것"이라는 깜짝 발언을 꺼냈다. 그러나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이야기를 나눈다면 우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게 될 것"이라고 덧붙여 발언의 의미를 다소 감소시켰다. 이는 '자진신고와 국제사찰의 검증' 과정을 거치는 '리비아식' 핵폐기를 거론한 것으로 북한은 이에 대해 시종일관 거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고농축우라늄(HEU)핵계획에 대해 북한은 '금창리 방식'으로 미국이 특정하는 시설을 보여줄 용의도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리비아식의 자진신고는 수용하지 않고있다.
라이스 보좌관의 '놀랄만한 선물'보따리도 사실상 새로운 것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높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라이스 보좌관의 발언은 '우리를 한번 믿어보라'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새로운 보따리를 풀어놓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번 3차 북핵6자회담에서 내놓은 북핵해법안에 포함됐던 '에너지 지원과 잠정적 다자 안전보장,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경제제재 해제 등'을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HEU를 포함한 모든 핵포기'라는 카드를 들고 고민하는 북한을 향한 압력성 메시지로는 유효했을 수 있다. 특히 북핵문제가 북미간 신뢰의 장벽에 부닥쳐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믿고 우리의 안을 받아들이면 보상도 변함없을 것'이라며 신뢰문제로 북한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들은 대북인식의 근본적 변화라기보다는 11월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의 '전술적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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