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17대 국회가 여야간 대립 속에 시간을 낭비하면서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법안들의 처리가 줄줄이 무산·지연되고 있다.1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여야간 '밥그릇 싸움' 탓에 국회 원 구성이 한달간 지연된 데다 야당이 각종 법안을 예산결산위원회의 상임위화와 연계해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추가경정예산 편성안과 조특법 개정안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법안의 처리가 보류될 전망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9일 정부가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11건 중 5건만 원안 통과시키고 3건은 수정 의결하는 한편 3건은 보류했다.
고용창출형 분사기업에 대해 법인세(또는 소득세)를 고용증가율에 비례해 5년간 50∼100% 감면해 주는 세액감면제도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대상업종에 영화산업, 광고업 등 8개 업종을 추가하는 방안 문화예술기금과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손금산입 확대 등이 보류됐다. 특히 분사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은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기업가(起業家) 정신' 고취를 위해 핵심적으로 추진해 온 법안이다.
이밖에 1인당 100만원을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고용증대특별세액 공제는 적용기한이 1년 축소됐고, 고용창출형 창업기업에 대한 세금감면도 감면기간이 5년에서 4년으로 줄어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말 계좌추적권 재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에 제출했으나 국회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국내기업 인수합병(M&A) 방어와 토종 자본 육성을 위해 사모주식투자펀드(PEF)를 활성화하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도 국회 상정에 실패했다.
이로써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 정부가 3∼4월부터 준비해 온 각종 경제 법안들은 한동안 '낮잠'을 자게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입으론 어려운 경제를 살리자고 하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정책집행의 발목을 잡고 도리어 경기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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