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해외정보국(MI6)의 거짓 정보 제공에서 촉발돼 정당화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입증되고 있다.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9일 아침(현지시각) 지난 1년 여 동안 준비한 410쪽 분량의 '이라크 전쟁 이전 CIA 정보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공식 발표했다. MI6의 정보수집과 이용 과정을 조사해온 영국 '버틀러 위원회'도 14일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이들 보고서는 하나같이 전쟁의 이면에 도사린 정보당국의 '실수를 빙자한 더러운 음모'를 자인하고 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의 결론은 한마디로 미국이 전쟁의 구실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WMD) 및 이라크의 테러 위협에 대한 CIA의 정보 내용이 오류 투성이였다는 것이다. CIA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불법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증명할 정보를 얻는데 실패했음에도 줄기차게 정보를 양산 해왔던 것으로 지적했다. CIA는 심지어 이라크가 생화학 및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기도 했으며, 이라크가 WMD 프로그램을 포기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CIA와 함께 전쟁사업에 투입됐던 영국의 MI6도 참전이라는 정치적 결정을 유도하고 정당화하는 데 혈안이 됐던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특히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전쟁에 회의적이었던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동원한, 이른바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45분내 배치 능력 보유'에 대한 MI6의 정보는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MI6는 블레어 총리가 바그다드 정권교체라는 부시 미 행정부의 열망을 채워주기로 결심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뢰도가 확인되지 않은 이라크 내 정보원들에게까지 매달려 싸구려 정보를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 보고서는 정보당국의 틀린 정보 생산을 묵인하거나 부추기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온 백악관과 다우닝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했다. 부당한 전쟁, 실패한 전쟁의 책임논란이 있을 때마다 으레 그랬듯이 우선 정보 파트가 덤 터기를 쓰고, 실제 전쟁을 결정하고 지휘한 정치 지도자는 한발 짝 비켜선 셈이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팻 로버츠(공화) 위원장은 "전세계적인 정보의 참패였다"면서 "진정으로 정보당국이 변화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