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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좀 더 관대한 국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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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좀 더 관대한 국민이 되자

입력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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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학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을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된다. 한국에 대해서 토론을 하면 자연스럽게 자기 나라의 특징과 비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는 한국과는 달리 막내가 부모님을 모시는 키르기스탄, 양자 제도가 발달되어 있는 일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드라마의 주요 주제가 되는 한국과는 달리 장모와 사위의 관계가 껄끄러운 미국.그러나 외국인 학생들을 대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되는 것은 한국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살면서 느끼던 한국과는 달리 밖에서 보는 한국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학생들이 보는 한국인의 가장 큰 특징은 패거리 문화와 획일적 평등사상이다. 어디를 가든지 한국인들은 패거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 외국인 학자가 한국의 자본주의를 가리켜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고 부른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서 부정 부패가 나오기도 하고, 붉은 악마나 촛불시위와 같은 공동체 문화가 나온다.

평등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삶과 교육문제에서 많이 등장한다. 왜 남들은 나보다 더 잘 사는가, 왜 남의 자식과 나의 자식이 똑같은 학교에 갈 수가 없는가?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는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이와함께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한국인들은 흥분을 잘하고 관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히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는 점이 자주 지적된다. 이러한 지적은 주로 동남아나 구 소련 등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요즈음 사회면을 장식하는 몇 가지 사실들은 한국인들이 관대하지 못하다는 외국인들의 주장이 결코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송두율씨 사건이나 비전향 장기수 문제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송두율씨는 분명 과거 대한민국의 실정법을 위반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보다 대한민국이 더 좋아진 것을 확인하고 한국에 들어온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게 좀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관대함은 남북 간의 체제경쟁에서 대한민국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장기수 문제도 그렇다. 민주주의의 핵심을 자유민주주의로 볼 때 북한을 지지하는 장기수들을 민주화인사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원칙도 근본적으로 인권신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는 없을까? 서구의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을 가장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평가하면서 자유민주주의만을 민주주의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한국전이라는 아픈 추억이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6·25 전쟁 때 본의 아니게 좌우익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장기수들 역시 이러한 와중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동원된 피해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려 놓는 것은 두 번 죽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국은 선진 자본주의를 향하여 전진하고 있다. 또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정치, 경제적 발전이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는 어떠한 시민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 좀 더 관대한 국민이 될 수는 없는가?

주 5일제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토요일 아침. 집에서 편안하게 신문을 볼 독자들을 생각하면 뭔가 훈훈한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의 직업병인 삐딱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결국 훈훈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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