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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격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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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격렬 공방

입력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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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 본회의장은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공방과 노무현 대통령의 '불신임 발언'에 대한 성토와 옹호로 뒤덮였다. 이날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나라전체를 양극단의 분열양상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맹비난하면서 행정수도 이전을 천도로 규정하고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 등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탄핵사건에 이은 또 다른 불복" "국정 발목잡기"라고 야당측에 역공을 가했다.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뒤 세계 지도책에 한국의 수도는 신행정수도로 표기돼 결국 천도"라며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특히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정책에 대한 반대를 대통령에 대한 반대라고 얘기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이재웅 의원은 "대통령의 폭탄 발언 보도 중에 혹시 긴급조치법이라도 제정해서 수도이전 반대를 봉쇄하겠다는 선언이 있는가 싶어 놀랐다"며 "열린 귀는 없고 오직 뚫린 입만 있는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또 "행정수도이전은 차기 재집권을 위해서 충청권 유권자를 붙들어 놓을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도 "대통령 발언은 상황을 양극단으로 몰아가는 것"이라며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통과 된 이후인 2월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했다가 몇 개월 만에 '법 통과로 국민투표는 효력을 상실했다'고 말이 바뀐 것은 입장이 곤란하니까 발을 뺀 것이 아닌가"라며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이미경 의원은 "서울 시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과 제멋대로의 시정 농단으로 인한 작금의 서울 교통대란이 역설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의 불가피성을 웅변해주고 있다"며 화살을 이명박 시장에게로 돌렸다. 이 의원은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도 다분히 정치적 의도"라며 "한나라당은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협조하라"고 반격에 나섰다. 이강래 의원도 "한나라당의 교묘한 논리와 일부 언론의 쟁점화로 인해 반대 여론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대통령 발언은 악순환을 끊고 법에 따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일 뿐"이라며 노 대통령 발언을 두둔하며 야당이 과민 반응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특별법을 폐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제안하면 또 다시 탄핵시비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국민투표 불가를 주장했다.

원혜영 의원은 수도 이전 필요성 홍보에 집중했다. 그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수도권 초집중 현상 때문에 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수도권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행정수도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대정부질문 안팎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9일 국회 본회의장은 이해찬 총리와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의 설전으로 시종일관 뜨거웠다.

주된 공방의 대상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내지는 퇴진운동으로 느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과 이 총리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했느냐"(심 의원), "가치판단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이 총리)에 이어 "반대 주장을 하지 말라는 사실상의 협박"(심 의원), "지역간 균형발전과 분권화에 대한 강조어법일 뿐"(이 총리)이라는 등 거의 10여분간에 걸쳐 설전을 주고받았다. 곧이어 심 의원이 노 대통령을 '좌파 민족주의자'로 표현한 시사주간지 타임을 '권위지'라고 추켜세우자 이 총리는 "아무리 권위가 있어도 다 옳은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1980년 당시 서울대 선후배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두 사람의 설전은 결국 "애매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비겁한 태도"(심 의원), "인격모독적인 발언은 삼가달라"(이 총리)는 등 감정섞인 대립으로 막을 내렸다.

이 총리는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최근 개각은 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정치개각"이라고 주장하자 "나는 소신있고 고집있는 사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마지막 질문자였던 같은 당 이재웅 의원은 "이 총리는 30년 전에 내게 수화를 가르쳐준 스승"이라면서도 행정수도 이전과 고비처 신설 문제 등을 놓고 이 총리와 각을 세웠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데뷔전을 치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차분한 질의가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은 외국 연구기관의 논문까지 인용하며 이라크파병의 부당성과 한미동맹의 불균형성을 비판,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에 소신발언을 쏟아냈던 이 총리를 몰아붙였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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