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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커버스토리-카 레이싱

입력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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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일상에서 카 레이싱‘부르릉 부르릉, 윙윙윙윙…, 콰아앙….’

굉음이 울리고 커다란 엔진 소리가 공기를 때리는 순간 자동차들이 바람을 가르며 질주합니다. 알록달록 색상에 각종 브랜드가 덕지덕지 그려진 자동차들이 시속 200km 이상의 스피드를 내며 곡예하듯 선두를 다툽니다.

고막을 뚫을 것 같은 커다란 소음 속에서 목숨을 걸어 놓고 달리는 듯한 속도의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 이곳은 레이싱 경기장, 우리 레이서들의 생활 터전입니다. 좁은 차속에 몸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으면 엔진이 펌프질 하는 소리처럼 가슴이 뛰고 심장의 박동이 빨라집니다. 그 흥분을 즐기기 위해 때로 목숨까지 걸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까지입니다.

전에 이반 렌들이라는 테니스 스타가 있었습니다.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로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독차지했었지요. 하지만 한 유명 잡지는 그에 대해 이렇게 평했습니다. “계속 승리하지만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고.” 그 잡지의 표지 제목으로 적힌 문구입니다.

왜 그 사람 얘기를 하는지 눈치채셨나요? 레이서들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은 우리를 기억해 주지 않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 이름조차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레이싱 경기장의 꽃은 레이싱걸들입니다. 무척 자존심이 상하지만 한편 기쁘기도 합니다. 그렇게라도 레이싱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레이싱 트랙을 달립니다. 몇 초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를 하고, 자동차 정비를 한다고 밤잠을 못 이루고, 앞에 달리는 차를 추월하기 위해 위험도 무릅씁니다.

한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쏟는 연습량도 엄청납니다. 순위 경쟁도 치열하지요. 자칫하면 감정이 상할 정도로 승부에 집착합니다. 비록 관중들은 무심해도 우리는 매달 경기가 열리는 시기가 오면 이미 온 몸에 짜릿함을 느낍니다.

레이싱은 세계 3대 스포츠의 하나입니다. 월드컵과 올림픽,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레이싱이죠. 아직 국내에서는 일천한 스포츠 종목입니다. 사실 그렇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레이싱 경기장으로 사람들이 몰려올 것을 기대합니다. 엔진의 굉음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가장 먼저 들어온 레이서에게 힘찬 환호를 보내주고, 레이서가 스타가 되는 그날을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또 내일도 열심히 질주합니다.

/사진 제공, 오환 자동차 레이싱 전문 사진작가

/글 박원식기자 parky@hk.co.kr

■기업홍보 각축장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경기장에서 레이서들과 레이싱걸들이 관람객을 위해 레이싱 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속도의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레이싱 트랙! 여기서는 자동차들의 속도경주 만큼 기업들의 홍보 전쟁도 치열하게 벌어진다.

경기가 벌어지는 날 레이싱 트랙은 기업들의 홍보 및 광고 각축장으로 변한다. 레이싱팀을 비롯, 후원사, 대회 스폰서, 경기 후원사까지 여러 기업과 상품들은 하나라도 이름을 더 알리고 보여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노트북 컴퓨터 가방 브랜드 ‘모빌엣지’를 내놓은 티와이월드. 지난해까지 세계적인 브랜드 타거스에 OEM으로 물량을 공급하다 독자 브랜드로 독립한 이 회사는 레이싱팀을 후원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레이싱팀 지원에 나서는 후원사의 홍보수단은 다양하다. 레이싱카에 브랜드 로고가 부착되는 것을 비롯, 아예 팀 이름 맨 앞에 후원사나 상품 브랜드 이름이 붙는다. 또 경기가 TV로 중계되고 광고판이나 활동 내용이 각종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는 것도 한몫 한다. 경기 성적이 좋아 경기 결과가 보도될 때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간접적인 홍보 수단이다.

레이싱 경기장에서 판촉활동을 하는 것도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마케팅 장으로 활용된다. 모빌엣지는 경기가 열리는 날 자사 제품을 홍보 텐트에 진열해 놓고 경품행사를 가져 쏠쏠한 재미를 봤다. 김진범 마케팅팀장은 “경기장에 거래처나 관계자들을 초대, VIP석에서 관람과 식사 등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샀다”고 말한다.

레이싱에서 후원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레이싱팀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후원사들이 지불하기 때문이다. 보통 프로팀 한 팀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10억원 이상. 그래도 여러 홍보 및 광고 효과를 생각하면 이 돈이 아깝지 않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 도요다코리아가 운영하는 팀은 렉서스. 렉서스를 몰고 싶어하는 젊은 고객들을 겨냥해 팀을 창단했는데 후원사는 오일브랜드 시그마파오를 생산하는 LG정유다. 물론 팀 이름도 후원사 브랜드가 먼저 들어간 ‘시그마파오 렉서스’다. 정해양 마케팅 부장은 “경기에 참가중인 새 모델인 IS200의 성능을 널리 알림으로써 차량의 판매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다.

영국계 윤활유브랜드인 캐스트롤도 레이싱팀을 운영한다. 모회사인 BP그룹은 영국을 비롯, 전세계에서 모터 스포츠를 통해 자사 브랜드와 제품 이미지를 구축, 오늘날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캐스트롤팀 류재용 이사는 “레이싱 경기를 통해 자동차 엔진오일인 캐스트롤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전략에서 레이싱에 과감히 뛰어들었다”고 얘기한다.

후원은 레이싱 팀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경기 종목의 하나인 GT 종목을 후원한다. 팀도 없고 선수도 없지만 레이싱걸을 보유한 한국타이어는 올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올해 레이싱걸로 발굴한 이선영양이 차세대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각종 매스컴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것. 박보문 마케팅 과장은 “레이싱을 후원함으로써 자사 제품 타이어의 우수성을 일반에게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 후원사인 BAT코리아의 열의는 대단하다. 대회 개최와 진행에 필요한 자금을 후원하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는 대회 홍보를 위해 관람객들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까지 실어나르고 점심때 도시락까지 제공하는 새로운 마케팅 홍보 기법을 도입했다. 강상욱 마케팅과장은 “올해 교통편과 도시락을 제공하면서 관중이 최고 1만명 가까이 늘어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지망생·관람 어떻게

온로드 경기가 벌어지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이용 규칙을 강의하는 라이선스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스피드웨이 운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강의는 2시간30분 과정. 깃발 식별법과 안전수칙 등을 강의한다. 월1회 실시. 5명 이상이면 수시로 별도 교육도 가능하다. (031)320-5000

운전 테크닉을 교육받으려면 레이서 이명목씨가 강의하는 레이싱스쿨을 이용하면 된다. (031)339-3441, 레이서 출신 최광연 단장이 이끄는 KMSA에서도 운전테크닉 강의를 한다.

2004 한국레이싱모델 선발대회는 서울오통살롱 주최로 25일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www.r-model.co.kr

레이싱 경기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올해는 9월19일, 10월31일 두번의 경기만 남아 있다. 관람을 신청하면 주최측에서 교통편과 점심 도시락을 제공한다. www.kmrc.co.kr

덕분에 관중도 올해 평균 1만~1만 5,000명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는 5,000~1만명, 그 전은 평균 5,000명 미만이었다.

■모터스포츠 명가

17년전 오프로드부터 시작된 국내 레이싱이 모터스포츠로 자리를 굳히기까지는 현대가(家)의 활약을 가장 컸다.

1995년 프로팀으로는 처음 창단된 오일뱅크와 인디고 두 명문팀의 소유주가 모두 현대가 출신들. 오일뱅크는 당시 현대정유 사장이던 정몽혁 현 H애비뉴 사장이 창단, 지금까지 레이싱 명문팀의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오일뱅크와 함께 양대 프로팀으로 일컬어지는 인디고 역시 현대가문이 운영한다. 97년 자동차 부품회사인 성우오토모티브의 정몽용 사장이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팀을 만들었다.

명문팀답게 두팀 모두 성적에서도 선두권을 형성한다. 인디고의 김의수와 이재우, 오일뱅크의 윤세진과 오일기 등은 경기마다 1, 2위를 다투는 스타 레이서들이다. 현재 프로라고 할 수 있는 레이싱팀은 모두 6개. 캐스트롤 렉서스 지크XQ, 레드라인 등을 포함, 대부분 최고 레벨인 GT1종목에서 달리고 있다.

■'하이카 클래스 5연승' 아마추어 레이서 박인천씨

“원래 버스 운전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워낙 운전을 좋아하다 보니까 비록 아마추어라도 레이서가 됐지요.”

과일장사 레이서 박인천(34)씨. 그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현란한 색상의 레이싱 경기복을 입고 나타난다. 관람객들에게 과일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당한 레이서로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색적 경력을 가진 그는 올해 더더욱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그가 참가하고 있는 하이카 클래스에서 5전 전승을 거둔 덕분이다. 차량에 ‘부천시 품앗이복지회’ 로고를 붙이고 달리는 그는 이 모임의 회원으로 소년소녀 가장과 장애인을 돕는 일에도 부지런히 나선다.

액센트를 몰고 달리는 그가 레이싱에 쏟는 비용은 월 100만원선. 기름값과 정비, 튜닝과 연습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써도 그 정도는 든다. 그나마 동생이 대전에 있는 튜닝숍 ‘R-Tech’를 운영하고 있어 경비를 줄인 것이다. 대부분의 비용은 경기 부천시 신곡동 시장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과일가게에서 벌어서 쓴다.

“레이싱을 해 보고 싶었는데 여건이 안돼 못하다 이제 도전하는 거에요. 의외로 잘 달린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계속 우승할 줄은 몰랐어요.” 그는 스폰서가 생겨 더 빠른 경주 등급인 GT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다.

레이서들은 속도를 먹고 산다고 한다. 국내 유일의 온로드 경기장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내는 최고 속도는 200㎞ 이상. 곡선 코스에서도 최고 시속 150㎞는 된다. 경기장 조건만 좋으면 더 빨리 달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목숨을 걸고 촌각을 다투는 레이서들의 연봉은 성적과 인기에 비례한다. 아직은 일천하지만 프로팀 레이서들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1억원. 이 정도도 이름있는 프로 레이서에 한한다. 프로 레이서 출신인 박정룡 경기위원장은 “아직 레이서에 대한 대우와 여건이 성숙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레이싱팀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차량 종류와 등급에 따라 6개 종목에 걸쳐 30여팀이 있지만 이 중 프로팀은 연간 투자액이 15억~20억에 이른다.

차량 구매 및 튜닝, 레이서 2명에 정비요원 10여명, 운영 인원 인건비 등에 적잖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는 외국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 2004 BAT GT시리즈를 주관하고 있는 KMRC의 박상규 대표는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F1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해외 유명 레이싱팀 경우 팀 운영 비용이 연간 1,000억원에 이른다”며 “투자가 큰 만큼 인기도 그만큼 높다”고 전한다.

레이싱에서는 차량의 튜닝도 커다란 이슈다. 튜닝의 정도와 기술이 승패를 좌우하고 레이서의 안전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속도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차량의 스프링을 강화하고 타이어도 경주용으로 교체하는 것은 기본. 충돌시 레이서가 다치지 않도록 차량 내부에 든든한 바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2004 BAT GT시리즈 홍보를 맡은 IS&C의 이광희 이사는 “국내에서는 자동차와 속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경기를 벌이는 수준의 레이싱으로 출발했지만 팬들이 늘어나고 인기가 높아지면 앞으로 모터스포츠도 더욱 전문화, 프로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트랙의 꽃 레이싱 걸

속살이 보일듯 말 듯 아슬아슬한 유니폼, 늘씬한 몸매에 높이가 10㎝는 족히 될 듯한 하이힐, 손에 잡고 있다 가끔씩 펴드는 멋스러운 우산, 그리고 항상 미소 띤 얼굴에 도발적(?)이면서도 강렬한 포즈까지…. 모터스포츠의 꽃 레이싱걸의 이미지다. 그래서 레이싱 경주를 보려고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레이싱걸의 자태를 보는 것을 더 즐긴다는 말도 나온다.

“어려서부터 워낙 사진모델 되는 것을 좋아했어요. 저 자신의 성격도 활달해 레이싱걸로 일하는게 너무 즐거워요.” 174㎝의 헌칠한 키에 조그만 얼굴이 매력적인 금호타이어 소속 레이싱걸 이진경(22)양.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그녀는 연신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모델 경력만 4년이나 되는 그녀는 올 해 처음 레이싱걸로 일할 기회를 잡았다.

레이싱걸의 역할은 레이싱 경기장에서 경기 진행을 돕고 레이싱팀이나 후원사를 알리는 것. ‘살아 움직이는 광고물’ 인 셈이다. 당연히 더 예쁘고 더 날씬하고 더 눈에 띄는 레이싱걸을 발굴하기 위해 팀간, 후원사간에 경쟁이 벌어진다. 레이싱걸들 또한 소속팀이나 후원사의 이름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의상이나 행동거지에서 거침이 없다.

그렇다고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경기장에서 레이싱걸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경기 트랙에 경주 차량들이 도열한 상태에서 각 차량 옆에 서서 레이서의 사기를 북돋는 것. 차량에 탄 레이서와 함께 카메라맨들에게 포즈를 취하면서 레이서의 긴장을 풀어 준다.

이 때 펼쳐드는 우산은 레이서에게 쏟아지는 햇볕이나 비를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팀로고나 후원사 브랜드명이 적힌 우산은 사진을 찍는데 커다란 액세서리도 된다.

경기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레이싱걸들은 쉴 틈이 없다. 각 팀별 텐트에서 사진기자와 관람객들을 위한 포토타임이 진행되서다. “사진 찍히는 일이 주업무에요. 제가 멋있게 나올수록 팀과 후원사가 더욱 부각되는 거죠.” 나레이터 모델을 거쳐 올해 레이싱걸로 나선 캐스트롤의 권미진(23)양은 팀의 홍보역을 자처한다.

실제 몇 년 전만 해도 레이싱걸들은 경기시간 외에 그리 바쁘지 않았다. 팬들이 지금 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 포즈를 몇번 취해 주고는 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일반 팬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수시로 달려드는(?) 요즘에는 잠시도 시선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레이싱 전문 사진작가 오환씨는 “레이싱걸 주변에 사진 찍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람객들”이라며 “그래서 요즘에는 예전보다 취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엄살을 부린다.

“하루 종일 웃고 있어야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요. 또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움직이는 것도 고역이죠.” 레이싱걸 경력 4년차라는 인디고팀의 김자원(23)양은 “그래도 차와 스포츠가 좋고 사진이 좋아 힘든걸 이겨낸다”고 얘기한다.

모델 출신으로 3년 경력의 R스타즈팀의 강민정(26)양도 “플래시를 많이 받으면 눈이 시리고 아파요. 더운 날은 햇볕이 따갑고, 반대로 추운 날에는 얇은 옷을 입고 견뎌야 하니 감기를 달고 사는 것도 예사”라고 거든다.

매경기가 끝난 후 시상대에 올라 입상 선수를 축하해주고 기념 촬영을 하는 것도 레이싱걸들의 역할이다. 입상한 팀의 레이싱걸들은 이 때면 더 바빠진다. 사진에 잘 찍히도록 좋은 자리를 잡고 돋보이는 포즈를 취하는 것도 각자의 몫. “예전에는 선배 언니들이 잘 나오도록 앞자리를 양보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팀 홍보가 우선이에요.” 레이싱 대회 후원사인 BAT코리아의 이진(25)양은 “레이싱걸도 프로화 되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Dr. Scholl’s’의류 모델 겸 레드라인의 레이싱걸인 지연희(22)양은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것을 보면 생동감이 느껴져 매일매일 젊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고생도 적잖다. 특히 야하게 찍은 사진을 인터넷 야동사이트에 올려놓거나 저속한 용어로 마구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캐스트롤의 권미진양은 “때때로 과감한 포즈도 불사하지만 그건 팀을 위한 것이지 엉뚱한 목적으로 사진을 도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일침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요즘 뜨는 레이싱걸들

레이싱걸 출신 연예인과 광고모델, 월드유니버시티 출신 레이싱걸, 라운드걸에서 레이싱걸로….

인터넷과 디지털카메라 혁명이 레이싱걸의 지위와 역할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관람객들 대부분이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레이싱걸들을 촬영하고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적잖은 레이싱걸들은 이미 연예인 수준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레이싱걸들이 개인 홈페이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알리는 것도 최근 생겨난 풍속도다.

한국타이어 소속 이선영(22)양은 전문 광고모델로 거듭난 오윤아양에 이어 최근 급부상한 다크호스다. 올해 처음 일을 시작했는데 신선하고도 섹시한 이미지 덕분에 시선을 한몸에 모은다. “소속사의 이미지를 알리는 것이 제 임무지만 ‘예쁘다, 날씬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당연히 즐겁죠.”

2002 월드유니버시티 경남진 출신인 하혜나(21)양은 귀여우면서도 깜찍한 외모로 호감을 사는 유망주 레이싱걸이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바로 옆에서 보며 응원하는 재미에 홀딱 빠졌다”는 그녀는 패션 모델과 연기에도 관심이 높다. 또 격투기경기장의 라운드걸로 일하다 레이싱걸로 전환한 드라이브메이커팀의 이수진(20)양도 화제를 몰고온 신예.

레이싱걸 매니지먼트사 아이앤소프 이용준 실장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레이싱걸의 개념조차 확실치 않았지만 인터넷과 디카가 지배하는 지금은 레이싱 이상으로 레이싱걸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 업계도 전문화의 길을 밟고 있다. 예전에는 나레이터 모델 대행사가 레이싱걸을 섭외했지만 이제는 레이싱걸 전문 매니지먼트회사에서 일을 도맡는다. 국내 레이싱걸의 70% 이상을 배출시킨 탑인터내셔날의 임종혁 대표는 “레이싱걸의 이미지와 상품가치가 날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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