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승 한국은행 총재의 경기전망은 항상 희망적이다. '완만하게' '서서히' 같은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내수·체감경기가 곧 나아질 것이란 박 총재의 '희망가(歌)'는 올 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쉰 적이 없다.지난 3월 박 총재는 "2·4분기부터 내수와 체감경기가 조심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달 박 총재는 한 발 더 나아가 올 성장전망까지 상향조정(비공식)한다고 밝혔다. 5월에도 '2·4분기 체감경기 회복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2·4분기 마지막달인 6월이 되자 "내수 마이너스 추세가 멈추고 3·4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한은은 하반기 성장전망치를 5.6%에서 5.0%로 공식수정했다. 연간 전망(5.2%)은 바꾸지 않았지만, 4월의 비공식 상향조정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석 달만에 연간 성장률도 하향수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날도 박 총재는 "3·4분기부터는 내수가 플러스로 돌아서고 4·4분기엔 그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망엔 근거가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 총재가 '곧 나아진다'고 이야기해오는 동안, 현장에선 실제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체감경기 온도만 뚝뚝 떨어져 왔다. 경기예측은 틀릴 수도 있고 희망적 경기진단이 경제심리에 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피부와 동떨어진 전망으로 신뢰만 떨어지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는 정부 각료보다는 더 신중하고, 때론 비관적일 필요가 있는데도 말이다.
박 총재는 '위기는 기회'라고 믿는 확신적 낙관론자다. 하지만 개인의 인생철학과 중앙은행 총재의 경기예측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장밋빛 세계관을 경기전망에까지 투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이성철 경제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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