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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 이야기/문학은 고단한 삶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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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 이야기/문학은 고단한 삶이라지만…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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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그예 떠안고 죽는 병이 몇 있다. 문학이 그렇다. 그러니 힘든다고 보챌 명분도 대상도 없고, 보챈다고 젖 줄 놈도 물릴 젖도 없다. 다 알지만 마음이 쓰리다. 아니, 아니까 더 쓰리다.소설가 송기원씨도 그랬던가 보다. 그는 ‘대산문화’ 여름호에 최근 책을 낸 후배 이야기를 적었다. 장편 하나 쓰는 데 어림해 2년이란다. 그 원고가 출판되기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소설쓰기 만큼 어려운 게 요즘 출판시장 사정이다.

요모조모 달아보고 따져서 출판이 되더라도 팔리는 건 또 별개 문제다. 초판 발행부수는 잘해야 3,000부, 대개는 1,000~2,000부라니 지방서점에서는 구경조차 못하는 신간이 수두룩하다. 운이 닿아 3,000부를 찍었다 치자. 또 그게 다 팔렸다 치자. 해서 작가가 쥐는 돈은 기껏 200만원 남짓(인세가 책값의 10%)이다.

송기원씨가 소개한 그 후배(뭔 배짱인지 부인도 소설가이다)는 아예 돈 못 벌 각오로 돈 안 드는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텃밭 일구며 글만 쓴단다. 후배 부부의 고단한 삶과 글쓰기의 비애를 두고 ‘책에서 향기가 난다’고 글에서는 억지를 부렸지만, 그 자신 지방 소도시 변두리의 13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를 작업실로 쓰는 정 많은 작가 송기원씨는 기자에게 “가슴이 아파 죽겠어요”를 연발했다.

문학기자 책상에는 매주 20~30권의, 그 경쟁을 뚫고 전문가들의 안목으로 선택된 좋은 책들이 쌓이지만 지면은 늘 좁다. 기껏 소개해봐야 서너 권 그것도 수박 겉핥기식이고, 나머지는 죄다 몇 줄짜리 단신(새로 나온 책)이다. 그러니 책을 받아 드는 일도 죄스러울 따름. 하지만 어쩌라.

다만 바라는 것은, 행여 기자가 쓰는 기사가 부익부 빈익빈의 출판시장 왜곡에 일조하고, 작가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는 식이 아니었으면 하는 것. 단신이나마 꾹꾹 눌러 쓸 참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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