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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김선일씨 동영상' 인간에 대한 예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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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김선일씨 동영상' 인간에 대한 예의 실종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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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이슬람 무장단체의 잔혹함에 대한 분노와 원성이 높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도 테러 행위는 자행되고 있다. 바로 피살 장면 영상 유포 문제이다.미국의 한 잔혹 영상 사이트를 통해서 인터넷에 공개된 김선일씨 피살 장면 영상은 빠르게 국내 네티즌들에게 퍼졌다. 정통부는 바로 해당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그러나 P2P 프로그램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피살 영상은 인터넷 공간에 떠돌고 있다.

나는 얼마 전 문제적 사건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유명한 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몇 개의 글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닉 버그와 폴 존슨, 그리고 김선일씨의 피살 영상에 대한 매우 자세한 묘사와 비교를 해놓은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버젓이 '감상'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쓰고 있는 그 글을 읽으면서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 작가 수잔 손탁은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에서 이미지 과잉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하나의 스펙터클로 소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는 김선일씨 살해 사건 자체의 잔혹함도 문제이지만 한 인간이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방 안에 우두커니 앉아 지켜보는 우리들의 시선 역시 폭력적인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단순히 이슬람 무장단체가 자행한 살해 사건의 잔학무도함에 대해 감정적인 분노를 표현해야 할 때가 아니다. 그 분노가 단지 자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죽임을 당했기에, 그리고 그 장면을 생생히 목도했기에 생긴 울분과 슬픔이라면, 다른 시각으로 이 사건에 반응하기를 조심스럽게 촉구하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한 인간이 타지에서 그렇게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헤아려 보고, 궁극적으로는 파병의 부당함에 대한 공론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론의 장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터넷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터넷 이용자인 네티즌들 스스로가 피살 장면이 담긴 영상의 유포를 차단하고,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폭력적인 시선을 거두어 줄 것을 당부한다. 이미 현실 세계에서 지독한 죽음의 고통을 맛보았을 이에게 제 2의 죽음을 자행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한아름 고려대 국문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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