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반대여론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믿기가 어려운, 경악할 만한 인식이다.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의 진지한 걱정과 충정을 자기중심적 관점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소아적 편견이다. 수도이전 논의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정략적 정치적 접근의 배제라고 한다면 노 대통령의 이런 발상이야말로 우선적으로 배제해야 올바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수도이전이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강조할 필요를 우리는 느끼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이전 반대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무엇을 말하는지 대통령이라면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중에는 자신에 대한 지지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일반 국민들이 수도이전의 문제를 국가적 백년대계로 보고 있는데 대통령이 먼저 나서 정치적 편가름의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서야 말이 되는가.
노 대통령은 "하나가 무너지면 정부의 정책추진력이 통째로 무너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도 틀렸다. 지난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정권의 정책전체를 상징할 만한 비중과 무게로 제시된 공약이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반대여론을 자신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한다면서도 이 여론을 오도, 내지는 조작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의 말대로 일개 중앙일간지의 '힘' 하나가 이런 여론을 만들어 냈다면 국민은 무엇이고, 대통령은 왜 있는가. 위험한 생각이다.
노 대통령은 수도이전의 당위성을 몇 가지로 제시했지만, 그 견해에 대한 반론과 이견 역시 적지 않으니 이런 점들을 열어놓고 합리적으로 토론하자는 게 일관된 우리의 주장이자, 다수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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