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초호황인데도 투자와 고용,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한국경제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은 수출 확대에 힘입어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소비가 회복되면서, 올들어 10년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LG경제연구원은 8일 '수출과 내수의 끊어진 고리-기술자립이 해답이다'는 보고서에서 "일본은 10년 불황, 10년 구조조정 속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적 계열관계, 장기고용 관행을 고수하면서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력을 유지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제에서 수출 증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는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력. 디지털 가전 경기의 확대는 일본의 이 같은 장점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샤프가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생산하면, 컬러필터 편광판 유리기판 백라이트 등을 생산하는 일본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바빠지고, 한국이나 대만 기업들의 부품 주문도 밀려온다.
반면 한국 휴대폰은 수출이 늘수록, 부품 수입도 증가한다. 제조업체들은 부품 수입이 직접 제조보다 훨씬 수지가 맞다고 주장하지만 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그게 아니다.
보고서는 일본 부품·소재 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로 대기업·중소기업의 장기 협력관계, 장기고용 관행을 통한 기술개선 등을 꼽았다. 올초 샤프는 6세대 LCD 생산라인 구축 과정에서, 유리기판 크기가 확대되자 새로운 노하우를 개발해야 했다. 이를 위해 샤프 직원, 부품업체 직원 가릴 것 없이 관련 기술자들이 현장에 모여 일본 특유의 분업 정신을 발휘했다. 기술은 설계도면 뿐만 아니라 기술자의 손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일본 대기업은 이처럼 1,000개가 넘는 자회사와 다시 그 밑의 수많은 협력기업을 관리하는 수직적 분업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지평 연구위원은 "수출과 내수가 선순환적인 회복을 하려면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부품·소재의 기술자립이 필수적"이라며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한국이 일본식 불황에 빠질 경우 일본만큼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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