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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교회들 "대형교회 셔틀버스 막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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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교회들 "대형교회 셔틀버스 막아주오"

입력
200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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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에 있는 한 작은 교회의 전도사는 최근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교회의 앞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교회가 올해 초 일산 중심부에 어렵게 교회당을 마련해 이주를 앞두고 있는데, 모 대형교회가 같은 건물에 지(支)교회 공간을 확보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인이 10만명에 이르는 대형교회가 같은 건물에 입주하면 작은 교회가 피해를 보는 것은 뻔한 일. 때문에 이 교회 목사는 입주 예정인 대형교회 담임목사를 만나 설득하고 탄원도 했지만 허사였다고 했다.

■ 전국기독교회노조(대표 이길원 목사)는 5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교회의 셔틀버스 운행금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 소속 회원들은 대형 교회들이 지명도를 앞세워 교세를 확장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버스를 운행함으로써 개척교회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백화점 셔틀버스를 금지한 것처럼, 목회시설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교회와 중소교회가 교세확장을 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교회의 지교회 건립이나 셔틀버스 운행을 개척교회나 영세한 교회에서는 '생존권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대형교회는 "교인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맞서고 있다.

일산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대표적인 사례. 제보를 한 이 교회는 탄원서에서 "모 교회가 '10만의 OO교회의 은혜가 일산에!'라는 전단지를 뿌리며 선전포고적 선교를 하고 있다"면서 "막강한 전투병력을 투입하여 일산의 교회들을 섬멸하겠다는 식의 저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의 또 다른 대형교회도 부천, 수원, 대전 등에 지교회를 지으려다 현지 개척교회들의 반발로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교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교회를 두고 위성시스템을 활용해 영상예배를 보고 있다.

셔틀버스 문제도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반교회에서도 교인들의 편의를 위해 미니버스를 운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부의 경우 저인망식으로 신도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게 사실. 이는 예배에 참석하려는 교인들을 위한 부가서비스의 측면을 넘어서 자본과 규모를 앞세운 횡포라는 지적이다. 또한 셔틀버스를 임대하여 운행하는 위법까지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순복음교회 김규원 홍보실장은 "경쟁사회에서 목회자의 말씀과 교회의 영성에 따라 신도가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주변에 사는 학생이 자신의 실력향상을 위해 멀리 있는 유명학원에 찾아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다만 셔틀버스 문제에 대해서는 교인들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운영되고는 있는 '필요악'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기독교회노조의 이길원 대표는 "교회가 당초 '지역과 함께하는 시설'을 표방하면서도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나서는 것은 문제"라며 "목회시설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면서 민주노동당을 통해 입법청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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