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일부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유적을 전면 개방, 관람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관영언론을 통해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적극 선전하고 나선 데 이어 고구려 유적지에 대한 해외 관광객 몰이에 성공할 경우, 우리의 우려대로 고구려사가 중국 역사로 국제 공인될 우려가 적지 않다.6일 지안(集安) 현지 주민에 따르면 고구려 유적이 산재한 랴오닝(遼寧)성 환런(桓仁)과 지린(吉林)성 지안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연일 축제 분위기다. 웬만한 건물 외벽에는 '세계문화유산 성공 만만세' 등의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현지 여행사는 몰려들 관광객에 벌써부터 가슴 설레하고 있다.
환런에서 이날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 데 이어 19, 20일 지안에서는 '중국 고구려 세계문화유산 성공 경축대회'가 대대적으로 열린다.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들과 동북 3성 당정 간부들이 다수 참석하고, 유명 연예인 공연에 TV중계까지 하는 사실상 전국행사다. 일부 재중동포를 제외하면 현지 중국인 어느 누구도 '고구려가 중국의 고대 지방정권' 임을 의심하지 않고 있어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자연스럽게 선전하는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개방 초기에는 여행자 중 한국인이 다수겠지만, 현지 여행사는 일본인 등 아시아권이나 미국, 유럽의 관광객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안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3일에 이미 한국인 10여명이 답사를 다녀갔고 9일부터 거의 매일, 어떤 날은 하루 2팀이 유적을 둘러보기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평균 300명의 일본인들이 지안을 다녀갔으나, 올해는 남은 6개월 동안 그 정도는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서양인 방문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안시는 박물관 입장료 등 유적 관람료를 이미 20% 인상해 관광수익도 톡톡히 챙길 준비를 마쳤다.
이에 비해 북한이 고구려 유적을 어느 정도 개방할 지는 미지수. 지난달에 북한 고분을 살펴보고 온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식으로 고구려 유적을 개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분 63기로는 규모면에서 중국에 뒤떨어질 뿐 아니라, 개방의지마저 낮아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고구려사는 한민족의 역사'로 선전할 기회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 언론도 6일에서야 "조선의 첫 봉건국가인 고구려 시기의 벽화무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고 전해, 중국 언론과 대비됐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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