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오락과 운동, 외식과 간식비는 물론 학원비 등 모든 씀씀이를 무차별적으로 줄이면서 내수경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경기가 2·4분기 이후 회복될 것이라던 정부 예상은 이미 빗나갔으며, 내수침체는 장기 고착화하거나 2분기를 정점으로 오히려 더 악화하는 '더블딥(이중침체)'마저 우려되고 있다. 수출만 빼고 고용이나 산업활동, 물가 등 모두 지표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경기 전방위 악화
6일 통계청의 '5월 서비스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홈쇼핑(-14.0%), 자동차 판매(-14.3%), 음식점업(-3.2%) 등 내수 업종 대부분에서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2004년 자동차산업 전망' 수정보고서에서도 올해 자동차 내수판매는 작년보다 9% 적은 120만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8만대)을 제외하면 91년(110만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올해 초 협회가 발표한 연간 전망치보다도 32만대나 줄어든 것이다.
당초 예상은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가 점차 회복되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악화하는 업종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도매업은 음식료품 및 담배도매(-4.9%) 등 판매 위축의 영향으로 1.5%가 줄면서 6개월만에 감소세를 보였고, 올들어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임대업은 감소폭이 두자릿수로 확대됐다.
광고업 등 사업서비스업은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고, 경마나 경륜 등 경기·오락스포츠업(-13.5%)과 유원지, 테마파크 등 기타 오락산업(-9.9%) 모두 크게 감소했다.
내수, 앞길이 캄캄하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 이후에도 소비침체가 별로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홈쇼핑 등을 포함한 소매업은 작년 2월 이후 1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자동차·차량연료 소매는 작년 7월 이후 11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음식점업은 작년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서도 조금씩 증가세를 보였으나 작년 12월부터는 6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업종에 따라 6개월∼1년반씩 지속된 내수침체는 하반기에도 풀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작년 하반기 상황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올 하반기는 숫자상으로 기술적인 반등을 할 수 있겠지만 체감경기는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도 급격히 악화하는 데다 소비의 근간이 되는 고용마저 최근 회복세가 둔화되고 신용불량자 문제 등 가계 불안도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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