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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취미]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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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취미]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

입력
200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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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7시 국회 운동장. 밤새 내린 비로 촉촉이 젖은 잔디구장에서 색다른 축구시합이 열렸다. 축구를 좋아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국회의원축구연맹 소속팀과 경희대 여자축구팀이 25분씩 3쿼터의 친선 경기를 가진 것이다.1대1 무승부로 1쿼터가 끝나 갈 즈음 ‘킬러 선수’ 장영달(56ㆍ열린우리당) 의원이 빨간색 축구화에 2002월드컵 당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군살이 별로 보이지 않는 건장한 체격이었다. 연맹의 이영근 총감독은 “탄력 있는 몸이지. 공을 향해 돌진할 때는 웬만한 사람은 튕겨져 나갈 정도야”라고 귀띔했다.

2쿼터에 교체 투입된 장 의원은 붙박이 포지션인 오른쪽 윙을 맡았다. 초반에는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슬슬 몸을 풀며 기회를 엿보더니 중반에 들어서자 곧바로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끄러운 그라운드인데도 날쌔게 치고 들어가 잇달아 멋진 크로스를 올렸다. 두 세 명을 가볍게 제치고 멋진 슛을 날리기도 했다.

“와, 장 선배 멋있다.” “장 선배 파이팅.” 운동장 밖에서 응원하던 동료 의원들이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날 경기 결과는 국회의원 팀의 3대 2 역전승.

장 의원은 정가에서 소문난 축구광이다. 그에게 축구는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취미생활이자, 의정활동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그의 축구사랑은 고교(전주고) 1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는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를 꿈꿨을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인정 받았으나 1년 반 만에 꿈을 접었다. “하루는 교장 선생님이 부르시더니, 운동선수와 가수는 나이를 먹으면 못하니 공부를 하는 게 낫다고 하시길래 눈물을 머금고 그만두고 말았지.”

그러나 선수에의 꿈은 버렸으나 축구에 대한 열정은 고스란히 간직해 나갔다. 틈나는 대로 공을 가까이 해 실력만큼은 여전하다. 연맹 창립 후 6차례 이뤄진 일본 의원들과의 친선 경기에서 3차례나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을 정도다.

또한 장 의원은 14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문한 뒤 대한축구연맹 부회장과 국회의원축구연맹 사무총장, 우리당 당직자 축구단장 등을 역임하는 등 축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요즘 남북한 국회의원 친선경기를 추진하는 데도 열성이다. 지난달 30일 개성공단 준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측 인사에게 이 같은 제의를 던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의 축구예찬론은 끝이 없다. “축구는 정직하다. 뛴 만큼의 결과를 돌려준다. 땀 흘린 양에 비례해 골이 나온다. 지구상에서 축구만큼 원초적이고 다이내믹한 운동은 없다.” 장 의원은 요즘도 1주일에 한번 정도 축구를 한다. 그는 “경기가 끝나면 녹초가 되긴 하지만 운동한 후의 기분 좋은 나른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스페인에 진출해 있는 이천수 선수를 가장 좋아해 스스로 그의 후원회를 만들었을 정도다. 무엇보다 톡톡 튀는 경기로 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하는데 푹 빠져 있다.

“정치와 축구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축구 선수가 자기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듯이, 정치인도 당과 상임위, 지역구가 각기 다르지만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뛸 때 국민에 대한 봉사와 국가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정치는 페어플레이 정신과 결과에 승복하기 등 축구 정신에서도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국회의원축구연맹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봐요.” 국회의원축구연맹의 이영근 총감독은 “실력도 보통이 아니지만 항상 사력을 다해 열심히 뛰는 의원들의 투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1997년 연맹 창단 때부터 팀을 맡고 있는 그는 “축구선수 출신으로 착각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의원들이 많다”고 자랑했다.

17대 의원 299명 중 연맹에 가입한 사람은 5일 현재 73명. 여성의원도 열린우리당 김희선 조배숙 김선미 김현미 유승희, 한나라당 박순자 진수희 나경원 의원 등 8명이나 된다.

이들 중 조 의원은 이 감독에게 개인지도를 자청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이 감독은 “학창시절 육상을 해서 그런지 순발력이 아주 좋고,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 정도로 축구감각이 좋다”고 말했다.

연맹에 가입한 17대 의원 중 이 감독이 수준급으로 꼽는 선수는 어림잡아 30여명. 골키퍼로는 우리당의 김태년 최규성, 한나라당의 한선교 의원이 꼽힌다. 수비수는 우리당 김형주 선병렬 신중식 이화영 의원과 한나라당 이재오 이병석 의원,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 철벽 방어력을 자랑한다.

미드필드 진에서는 우리당 정봉주 신학용 의원과 한나라당 남경필 김학송 의원이, 공격수로는 우리당 장영달 우원식 의원과 한나라당 정갑윤 정병국 박형준 의원이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또한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우리당 임종석 안민석 의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강한 지구력을 바탕으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 통한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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