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도 안 할 끼다."김영삼 전대통령(YS)은 6일 아침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몰려든 기자들이 못마땅한 듯 측근에게 이 한마디를 전하라고 했다고 한다. 상도동은 전날 안풍(安風) 자금을 사실상 YS 비자금으로 인정한 판결에 대해 이틀째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YS는 평소대로 오전 7시30분께 자택 인근의 실내 배드민턴장에 나왔다. 감색 운동복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편안한 차림이었다. 기자들에게 "수고한다. 왜 이렇게 왔느냐"며 인사를 건넨 뒤 약 1시간 동안 주민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사이사이 밝은 표정으로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YS는 아침운동을 마치고 자택으로 돌아가면서 기다리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어제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할 말씀이 없는가" 등의 질문에는 일절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밤에 잠은 잘 주무셨나"라고 묻자 "너무 잘 잤지 뭘…."이라고 다소 과장된 톤으로 답했다. YS는 이날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하루종일 자택에 칩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도동 측 김기수 비서실장과 박종웅 전 의원 등은 외부와의 접촉을 피한 채 이날 오후 대응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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