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는 장민호(80), 백성희(79) 멀리는 잭 니컬슨(67), 안소니 홉킨스(67) 등이 주연급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올해로 환갑을 맞은 오영수는 아직 젊디 젊은 배우다.4월 국립극단 ‘뇌우’ 공연에서 하인 노귀 역을 맡아 보여준 노련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연기를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그가 ‘육십이 되어야 비로소 그 맛을 알 수 있다’는 안톤 체호프(1860~1904)의 연극무대에 선다. 5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다.
오영수가 맡은 역은 의사 아스트로프다. 딸에게 용돈을 뜯어가는 주책 맞은 아버지(‘뇌우’)나 온갖 풍상을 다 겪은 인자하면서도 엄격한 노승(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는 사뭇 다른 역할이다. 그에게서 희극적인 면과 악역 연기를 두루 본 관객이라면 의아해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올해 노귀 역으로 이제까지 보여준 연기와 확연히 다르다는 평을 받았다.“항상 하는 스타일만 보여주지 않았다는 얘기겠죠. 이윤택 예술감독과 만나면서 얻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더 일찍 만났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자가 자신의 틀을 깨지 못하고 거기에만 의존하면 안 되거든요.”
연기생활 37년 간 180여 편의 작품목록은 괴테의 파우스트부터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 등을 아우를 정도로 방대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체호프는 이번이 겨우 두번째다.“체호프를 노년에 만나서 다행입니다. 성숙함이 받쳐줘야 할 수 있는 작품이 체호프의 작품이거든요.”
오영수는 아스트로프를 체호프의 분신이라고 말했다.“체호프 자신이 의사였기 때문에 작품 속에 나오는 의사는 대개 체호프 자신이라고 봐도 좋아요. 결혼도 늦게 했고, 얼마 안되어 죽었기 때문인지 극 속에서는 여성에게 흠모의 대상이에요. 자신을 미화하고 싶었겠지.”
그는‘50대, 60대가 배우의 전성기’라고 믿는다. 리어왕과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 로먼 역을 꼭 해보고 싶다는 그는 “하면 할수록 두렵기는 하지만 지금부터 뭐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국립극장 뒤편의 산책로를 함께 걸었다. 날씬하고 호리호리한 모습에서 나이를 읽어내기는 힘들었다.“매일 아침 평행봉 위에 올라 80번씩 몸을 흔듭니다. 배 안 나오는데 이것만한 운동이 없지요.”
/이종도기자 ecri@hk.co.kr
● 바냐 아저씨
체호프의 4대 걸작 희곡 중 하나로 도시와 시골, 근대와 전근대, 지식인과 농민을 대비시키며 다양한 인간군상의 욕망을 깊이 있게 파헤쳤다. 바냐는 어머니(백성희)와 죽은 여동생의 딸인 소냐(곽명화)와 함께 사는 농부다.
매부인 교수 세레브라코프(최상설)와 엘레나(남기애) 부부가 시골로 내려오고 의사 아스트로프가 찾아오면서 조용하던 시골이 떠들썩해진다. 바냐와 아스트로프는 엘레나에게 한 눈을 팔고 소냐는 아스트로프를 남몰래 사랑한다. 바냐의 덕을 입었던 세레브라코프가 시골의 땅을 팔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백성희를 비롯 국립극단의 중견 연기자들이 대거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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