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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메이드 인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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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메이드 인 차이나'

입력
2004.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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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인데도 300여석의 객석이 꽉 들어찼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무대에 선 탓일까. 아니면 요즘은 TV 탤런트로 더 잘 알려진 극단 목화 출신의 정원중 덕분일까. 중년관객부터 여성관객까지 관객의 ‘구성’도 다양했다. 일부 여성관객은 연신 터져 나오는 욕설의 지독함에 괴로워했다.아일랜드 작가 마크 오로의 작품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ㆍ연출 이지나)는 어떻게 보면 조폭영화의 연극 버전 같은 작품이다.

서로를 속고 속이며 배신하는 밑바닥 인생 이야기가 새로울 건 없다. 그렇다고 폭력장면에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세 명의 건달들이 쉴새 없이 100분 동안 쏟아낸 욕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메이드…’의 매력은 바로 이 지나친 과잉에 있다. 작가는 어느 것 하나 어설프게 대충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욕설 속에는 건달들의 욕망이 꿈틀대고, 배우들의 몸짓과 동선에는 불안과 과시욕이 묘하게 뒤엉켜 있다.

차마 우리들이 일상에선 드러낼 수 없는 야비함과 속물스러움, 그리고 폭력성을 무대 위의 건달들은 대신해서 잘 보여준다. 관객은 마치 정글 속에 던져진 듯한 기분을 맛본다.

폭력조직을 탈퇴하려는 희순(남경주), 조직에 속한 희순을 부러워 하는 목탁(임춘길), 희순을 견제하려는 중간보스 도자(정원중)의 삼각관계는 정글 같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극은 숨가쁘게 전개되고 마침내 이들은 빠져 나올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에 갇힌다. 간결한 무대와 아수라장 같은 상황의 극적 대비, 그리고 고압선이 흐르는 듯한 뜨거운 연기가 볼만하다. 아쉬운 대목은 마지막 장면의 절망감이 관객의 절망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연극은 감정이입 없이 인간의 밑바닥을 냉정하게 응시할 뿐, 답을 던지지 않는다. 5일까지 대학로 극장.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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