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줄리엣 상을 수상하며 처음 이름을 알린 신인 연기자 한예슬(22)에게서 “이 정도 활동으로도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낯설다. 그러나 알고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MBC 청춘시트콤 ‘논스톱4’에서 ‘싸가지 여대생’ 캐릭터로 뜬 그녀는 3월 초 ‘섹션TV 연예통신’의 MC로 발탁됐다. 게다가 카메라에서부터 햄, 소주까지 8개가 넘는 광고에 출연하며 ‘CF 퀸’ 자리까지도 넘보고 있다.
‘북경 내사랑’의 후속으로 19일부터 방영될 예정인 KBS 2TV ‘구미호외전’(극본 이경미 황성연, 연출 김형일)에서는 탤런트 김태희와 더불어 구미호족 여전사 역을 맡았다. “제가 운이 너무 좋은 케이스인 것 같아요. ‘섹션TV 연예통신’의 안방마님 자리까지 꿰찼으니 말이에요.”
활동 3년 만에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화ㆍ수ㆍ목요일에는 ‘논스톱4’와 ‘섹션…’을, 나머지 요일에는 ‘구미호외전’을 촬영하고 틈틈이 CF까지 찍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극중 복장인 몸에 꽉 끼는 검은 애나멜 가죽옷을 차려 입은 그녀는 “ ‘구미호외전’에 액션신이 많아서 몸이 멍 투성인데다 여름 더위에 이러고 있자니 땀이 삐질삐질 나고 머리가 핑 도는 것 같다”고 했다.
말은 그래도 ‘구미호외전’ 촬영현장인 광주에서 만난 그녀의 얼굴은 생기로 가득했다. “‘논스톱4’에서 ‘퀸카’지만 개념이 없고 푼수기도 있는 여대생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팜므 파탈 역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데, 이런 기회가 또 오겠어요.”
그녀가 설명하는 채희 캐릭터는 이렇다. “낮에는 파티플래너로 일하다 밤에는 구미호족 여전사로 변신하는 채희는 겉으로는 차갑고 단단하지만 알고보면 한 남자를 줄곧 사랑하는 야누스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죠.”
배역 제안을 받았을 때 소속 기획사에 “꼭 이 역을 해야겠다”고 고집했다는 그녀는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역할을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한예슬의 당찬 발언이 터무니 없게만 들리지 않는 건 그녀가 갖추고 있는 미덕이 많은 까닭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에 건너가 대학을 마친 그녀는 다른 해외파 연기자들과는 달리 우리말 발음이 정확하다. 이중국적 문제도 해결했다. “지금 미국 국적 포기절차를 밟고 있어요.
처음엔 한국에서 연예인 생활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해서 망설였지만, 더 이상 미국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그렇다고 문화적인 차이를 아주 못 느끼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나 만나면 눈 마주치고 스스럼없이 인사해요. 그게 습관이 돼서 한국 와서도 그랬더니 여자들은 ‘쟤 왜 저래’, 남자들은 ‘나한테 관심 있나’ 하는 반응을 보이대요.”
‘리틀 김희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김희선을 빼닮은 수려한 외모와 현란한 춤 솜씨로 2004년 가장 주목 받는 여자 연예인 중 하나로 떠오른 한예슬. 그녀는 스스로의 매력으로 “첫 인상은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보면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을 꼽았다. “아직 연기가 많이 미숙해요. 모자라는 부분을 열심히 채워가야지요.”
/광주=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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