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소식이지만 자식을 상대로 부양료 청구소송을 하는 어르신들이 부쩍 늘고있답니다. ‘어떻게 자식을 법정에 세울까’ 싶지만 노년에 생활자금을 스스로 마련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그래서 요즘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요즘 역모기지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간단하게 말하면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매월 연금형태로 대출받는 것이죠. 원로디자이너 문경희(74)씨가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을 만나 역모기지론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었습니다.
▷ 문경희 : 요즘 친구들 만나면 역모기지론 얘기를 많이 해요. 자식에게 손 벌리지않고 노후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니까, 모두 솔깃해 하지요. 실제로 많이 하나요?
▶서춘수 : 5월12일부터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두 은행 합쳐서 60여건에 대출액은 70여억원 수준이예요. 계약자의 90% 이상이 60대 이후 노인층이구요. 하지만 문의전화는 많아도 막상 계약을 하는 것은 좀 망설이세요. 아직까지도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집은 자식한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 문 : 그럼요. 사업 망하는 한이 있어도 여간해선 집문서는 안내놓잖아요. 그런데 역모기지론의 정확한 뜻을 좀 알려주세요.
▶ 서 : 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위해 구입자금을 10~20년간 장기대출해주는 것이 모기지론인 반면 역모기지론은 살고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또는 2~3개월에 한번씩 일정액을 장기에 걸쳐 대출해주는 거예요. 자기 명의의 집이 이미 있어야 한다는 게 틀려요.
▷ 문 : 은행에서 돈 빌리는 건 똑같은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역모기지론의 차이가 뭔가요?
▶ 서 : 노인들은 대부분 은퇴자들이잖아요. 용돈 수준밖에 안되는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기는 어렵고 기댈 자식도 없을 때는 다달이 일정 수입을 갖는 게 중요해요. 더구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3억원을 빌릴 때 처음부터 3억원에 대한 이자를 내야하고 그 돈을 잘 굴려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역모기지론은 다달이 받는 돈 만큼만 이자를 내고 모든 관리를 은행에서 하니까 훨씬 유리하죠.
▷ 문 : 수치를 비교해서 말해주면 이해가 쉬울 것 같은데요.
▶ 서 : 살고있는 집이 시가 7억원이라고 가정해보지요. 보통 대출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시가의 60%, 미만이면 4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요. 우선 10년간 3억원을 대출받는다고 할 때 역모기지론을 이용하면 다달이 182만원을 받을 수 있구요. 이자는 연금리를 6%로 칠 때 첫 달은 182만원에 대한 이자 10만9,200원만 내면 돼요. 반면 같은 금리로 일반 대출을 이용할 때는 3억에 대한 연이자 1,800만원을 12달로 나눈 150만원을 이자로 내야지요. 물론 역모기지론도 대출기간이 늘어날수록 이자부담은 커지지만 총액으로는 이득이지요.
▷ 문 : 대출기간이 끝난 뒤에는요? 또 만일 대출기간 중에 죽으면 어떻하지요?
▶ 서 : 대출기간이 끝나면 집을 처분해서 그동안 받아쓴 만큼 갚으면 됩니다. 대출 자체가 집값의 40~60%선에서만 가능하니까 대출금을 못 갚는 경우는 거의 생기지않지요. 만일 기간중 사망하시면 대출은 상속자에게 승계되거나 아니면 바로 청산할 수 있어요.
▷ 문 : 집이 아니라 상가 같은 것도 담보로 할 수 있나요?
▶ 서 : 상가는 임대차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담보대상에서 제외됐어요. 대신 아파트나 주택, 연립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은 다 가능해요.
▷ 문 : 우리 나이면 자식한테 명의를 이전해놓는 경우가 많잖아요. 나도 남편이 돌아갔을 때 주택 명의를 남편에서 아들로 바꿨는데 이럴 땐 역모기지를 이용할 수 없는 거네요?
▶ 서 : 아드님이 자신의 명의로 역모기지론을 받아서 어머님께 드리면 되지요. 역모기지가 정착된 미국은 62세 이상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국내선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우리나라 부모님들 중 누가 자식 집 잡혀서 생활비 받고싶어 하시겠어요?
▷ 문 : 어쨌든 집을 잡혀서 돈을 받는다는 게 정서상 꺼림칙하긴 해요.
▶ 서 : 그래도 국내 역모기지 제도는 집 명의는 원래 주인에게 있잖아요. 미국에선 역모기지를 이용하는 순간 집 명의가 은행으로 넘어가요. 개인적으로는 이 기회에 부모 자식간에도 안주고 안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시대잖아요. 50대 중반에 은퇴하면 20년 가까이 수입없이 살아야하는 데 자식에게 남길 재산을 축적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 문 : 그렇지요. 키울 때 돈 들지 또 결혼시키고 아파트 전세라도 해주고 그럼 내가 아무것도 남는 게 없으니까. 결국 노후를 이제 노인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시대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역모기지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