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1990년대 이후 장기 박스권의 정중앙인 750선 근처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중국 모멘텀 상실 등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황에서 유가 급등으로 주가가 700선대로 추락했기 때문에 유가안정을 계기로 800선대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파는 것도 아닌데 주식시장은 700선대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주가가 700선대를 벗어나지 못하자, 주식시장에서는 바닥이 700선보다 훨씬 아래에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출 모멘텀은 약해지는데 비해 기다리던 내수 회복이 요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9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500과 1,000사이에서 지루한 반복 운동을 했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우려이다.
하지만 주요 종목 주가를 보면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역시 일정한 사이클을 그리고 있지만, 저점을 5만원, 20만원, 30만원 등으로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포스코, 현대차 등에서도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증시 시가총액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대표종목들이 저점을 높여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지수가 500선까지 추락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사실은 증시전망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 같은 현상이 발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금융주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매번 500선까지 하락하는 것은 대기업의 부실 내지는 부도가 있었던 탓이다. 대형 부실기업이 파산하면서 해당기업 뿐만 아니라 소속 그룹 및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치명적인 부실을 안겨 관련주가 급락했던 것이다.
결국 한국증시의 상향 이동은 우량한 수출기업에 의해, 밑으로 추락은 부실기업과 은행주 등에 의해 각각 결정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기업의 동반 부실화 위험이 줄어든 상황이고 기업들의 이익구조도 안정돼 있어 대형 부실기업이 위기의 진원지로 등장할 공산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수도 그 회복 시기가 계속 지연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주가를 추가로 추락시킬 정도는 아니다. 우리는 3분기 중에 증시가 700선대의 지지력을 확인하는 기간 조정 과정을 거치고 나면 4분기 중에 내년도 경제 및 증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바탕으로 상승 궤도에 다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은 좀처럼 늘지 않는 거래량과 거래대금에서, 또는 경기에 관계없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들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점 등에서 투자자들의 보수적 투자 성향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주 증시는 하방 경직성 유지에 만족하며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이 호전되고 특히 향후에도 기업실적이 안정적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종목군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
/김세중 동원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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