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바람을 대통령께 전할 수 있는 신문고가 진짜로 있나요?"최근 성균관대 정진수교수가 청와대의 '인터넷 신문고'를 통해 문화관광부 장·차관의 청탁 의혹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진 뒤 신문고 활용 방법 등을 묻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청와대에는 3개의 '신문고'가 있다. 하나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인터넷 신문고. 요즘 이곳에는 '정말 도와주십시오' '타인이 사용한 부당 전화요금 고발' 등 매일 300건 가량의 민원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머지 2개는 '신문고'로 불리는 진짜 큰북(대북)이다. 청와대 앞 광장 분수대 옆에 있는 큰북은 대고(大鼓), 청와대 춘추관에 있는 큰북은 용고(龍鼓)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신문고는 조선 태종 때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이 북을 쳐 임금에게 호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청와대의 대북은 모양만 비슷할 뿐 일반인들이 칠 수는 없다.
하지만 금년 봄 청와대 분수대 옆 대북을 실제 신문고처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분수대 옆 대북(지름 1m50㎝)은 1993년 중요무형문화재 윤덕진씨(작고)가 제작해 기증한 것으로 종로구청이 관리해왔다. 종로구청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이 북을 칠 수 있도록 하고, 국내·외 관광객도 약간의 요금을 내고 북을 칠 수 있도록 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지난 2월 마련했다.
종로구청의 협의를 받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도 "일단 검토해보자"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이윽고 벽에 부딪쳤다. 대북을 쳤을 때의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일상생활 안전 기준치 75㏈을 넘는 80㏈로 나온것. 청와대 경호 업무와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져 신문고 추진 계획은 보류됐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활동하는 춘추관에 있는 대북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이 대북(지름 2m)은 대한민속국악사 대표 김관식(50)씨가 춘추관이 완공되던 1990년에 만든 것이다.
춘추관 내에서는 '기자가 춘추관 신문고를 치면 특종도 많이 하고 소원이 이뤄진다'는 풍설이 있으나 실제로 이 북을 두드린 기자는 없다는 게 정설이다. 북을 제작한 김씨는 "신문고 취지에 맞게 일반 시민들도 가끔 칠 수 있는 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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