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림’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재학(52)은 이번 전시가 시작되기 이틀 전까지도 캔버스를 붙들고 있었다고 했다. 전시장 입구 맞은 편 벽에 걸린 제주도의 검푸른 파도를 담은 그림이었다. 그가 ‘꽃 그림’과 파도그림을 모아 1일부터 20일까지 선화랑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18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벚꽃이 흐드러진 ‘봄’, 솔잎 사이 여백까지 생생한 ‘소나무’연작, 그리고 파도를 담은 풍경화 ‘바다’ 등 유화와 수채화 40여 점을 내놓았다.
그의 작품은 무엇이든 보이는 것을 감각적인 붓놀림으로 충실히 재현하는, 극사실주의적 화풍이다. 멀리서 보면 사진처럼 보이지만 그는 그런 착각이 못마땅한 듯 하다. “꽃이나 꽃병 등 정물의 뒷배경이 어디 사실적이기만 하나? 비구상적이지 않은가.”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장미’나 ‘소나무’등에서는 약간의 변화를 찾을 수도 있다. 치밀한 관찰로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그 대상으로부터 받은 감흥이 살아있다.
그는 특정 소재나 주제만을 편식하는 편도 아니다. 정물화와 풍경화 뿐 아니라 초상화도 있다.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그렸다. 그는 “‘그려봐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그린다”며 “ ‘그려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치밀하게 관찰하고, 구도나 색상 등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구상화가, 김재학의 화풍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서 그림을 배운 것도 잘 알려진 사실. 그는 “배워서 그리는 그림은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한다”며 “화가가 되기 위해 정규교육을 거쳐야만 한다는 편견을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02)734-0458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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