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판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청렴·청빈하게 생활해 후배 판사들의 사표(師表)가 돼왔던 조무제(63·사진) 대법관이 다음달 17일 6년 임기를 마치고 34년간 몸담았던 법원을 떠난다.조 대법관이 사법부내 청렴의 대명사로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98년 대법관 취임 때 재산신고 액수가 공개되면서부터다. 당시 조 대법관의 재산총액은 7,200여만원으로 고위 법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후 해마다 급여만큼 재산이 늘었으나 퇴임을 앞둔 현재도 그의 총 재산은 서울시내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2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청렴하다는 주변의 평은 단순히 재산액수 때문이 아니다. 취임 후 수년간 서울 서초동의 보증금 2,000만원 짜리 원룸 오피스텔에 살았던 일화는 가까운 법관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장관급 예우를 받는 대법관에게 배속되는 전속비서관도 6년간 두지 않았다. 조 대법관과 사시 동기(4회)인 심상명 전 법무부 장관은 "그 친구 집에 가면 전화기와 텔레비전 등이 모두 골동품 수준"이라고 전한 바 있다.
조 대법관은 부산 동아대 법대를 나와 70년 부산지법 판사로 법관생활을 시작해 98년 대법관이 될 때까지 영남지역을 떠나지 않은 전형적인 '향토 법관'이었다. 그의 강직한 성품과 청렴한 생활자세는 이미 그 당시부터 판사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94년 창원지법원장 승진 당시 관행으로 받은 전별금 500만원을 도서구입비로 기증했는가 하면 매달 나오는 400만원의 판공비와 재판연구활동비를 총무과장에게 맡겨 직원들의 경조사비에 쓰도록 했다.
조 대법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사건에서부터 최근 교사의 체벌행위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판결에 이르기까지 세간의 주목을 받는 많은 사건을 심리해 오면서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 들어서도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선거법 위반, 희망돼지 배포 선거법 위반, 병역 기피용 문신사건 등의 주심을 맡아 주목할 만한 판결을 했다. 퇴임이 임박한 요즘 그는 다음달 15일 선고 예정인 '양심적 병역거부'상고심 사건 기록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
평소 언론 인터뷰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는 등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온 그는 대법관 출신이라는 점만으로도 퇴임 후 서울에 있는 유명 법무법인들의 '모셔가기'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그는 고향인 부산으로 낙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개업도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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