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호 태풍 민들레가 4일 오전 9시께 제주 서남서쪽 200㎞부근 해상에서 소멸됐으나 전남 목포에 150㎜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려 도로와 건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한 태풍 민들레는 아직도 강한 바람과 비구름을 포함하고 있어 5일 낮까지 전국에 걸쳐 80∼150㎜의 비가 내리겠으며 강원 영동지방은 지형적 영향으로 100∼2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목포지역은 3일 오후 시간당 최고 64㎜의 폭우가 쏟아져 주택과 상가 157채와 농경지 18㏊가 침수됐다. 군산시 해망동 해안도로 부근 주택 10여채가 만조시간대에 바닷물이 도로위로 넘쳐 침수피해를 봤으며 김제시 신촌동과 요촌동 저지대 상가 100여채가 한때 물에 잠겼다. 지난해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마산에서는 만조로 인한 바닷물 역류로 신포동 일대 어시장 횟집 20여곳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대구·경북지방에서는 구미시 인의동 일대 건물이 한때 침수되고 경주 황성동 유림마을 앞 150m 도로가 물에 잠겼었다.
태풍으로 인한 사고도 잇따라 4일 오후1시께 전남 해남군 삼산면 산림리 양촌재 저수지 수문 부근에서 물놀이를 하던 신모(29·경기 부천시)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3일 오후 5시20분께 경남 창원시 북면 매곡리 B레미콘회사의 공사현장 위쪽의 절개지가 무너지면서 토사가 이 회사 조립식 패널 건물을 덮쳐 박모(70)씨가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4일 오전 10시5분께는 전남 여수시 만덕동 만성리 해수욕장 방파제 부근에 인도네시아 국적 1,000톤급 캐미컬탱커(석유화학제품 운반선) 1대가 좌초됐다. 이 선박에는 승무원 12명과 경유 85톤이 실려 있었으나 인명피해나 기름유출은 없었다.
또 강한 바람과 비로 국내 항공노선 130여편이 결항됐으며, 연안 여객선 105항로 154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태풍 민들레가 비록 소멸됐으나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동반하고 있어 해일 피해 등이 우려된다"며 "해안가와 농경지 침수 피해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 "민들레" 소멸 이유는
제7호 태풍 민들레가 갑자기 소멸한 이유는 뭘까. 당초 4일 오후 전남 목포지방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들레는 이날 오전 9시께 제주 서남서쪽 200㎞ 해상에서 최대 풍속이 17m 미만인 열대저압부로 변질되면서 '태풍의 눈'이 없어지는 등 위력과 형태를 잃었다.
민들레의 돌연 소멸은 육지상륙으로 인한 세력약화와 해수온도 저하, 상층부로부터 한기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기상청에 따르면 민들레는 대만에 상륙하기 전만 해도 중심기압이 940hPa로 비교적 강했으나 대만 산악지대와 중국 상하이를 지나면서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해 위력이 크게 떨어졌다.
또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통상 26도 이상이어야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제주도 인근의 해수면 온도가 22∼23도로 낮아 세력이 급격히 약화했다는 것. 여기에다 상층에서 찬공기가 남하하면서 민들레는 태풍의 형태를 잃고 열대저압부→온대성 저기압의 형태로 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민들레는 여러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빨리 소멸했다"며 "태풍이 해상에서 소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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