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무장관이 1일 양국의 외교관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각각 외교관들을 미 국무부와 일본 외무성에 1년씩 파견, 근무토록 하는 일종의 외교관 트레이드 제도이다.미국은 영국, 호주와는 유사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지만 비영어권에서는 일본이 처음이다.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올해로 수교 150년을 맞은 양국 관계의 튼튼함을 상징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국력을 반영한 것이려니 해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정부나 외교관 개인 차원에서 미국의 '일본통'을 부단히 '관리'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주재국을 떠난 뒤에도 상대방에게 매년 연하장을 보내고 생일 때면 가벼운 선물을 하는 것으로 연을 이어가는 게 일본 외교관들이다. 일본정부는 미국의 정권이 바뀌어 일자리를 잃은 전직 외교관이나 싱크탱크의 연구원을 수시로 초청, 강연의 기회를 주거나 연구소에 자리를 주는 등 미래 투자에 인색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본의 '은혜'를 입은 그들이 다시 관리로 등용되면 일본 외교관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4년, 8년마다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인맥을 찾기 위해 허둥대는 우리의 외교 현실과는 대조적일 수밖에 없다. 빌 클린턴 정부 때는 민주당쪽 인사들에 온갖 정성을 쏟다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 공화당에 올인하는 게 우리의 외교 현실이다. 지금 워싱턴에선 김대중 정부 시절 잘 나갔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박대에 찬밥신세가 됐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오늘의 미일 외교는 눈 앞의 이익만 좇지 말고 긴 안목을 갖고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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