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의 여성들이 도발적이면서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올 1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여든 넷 나이로 숨진,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이 던진 충격파는 결코 만만치 않다.7일부터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리는 ‘헬무트 뉴튼의 패션 누드 사진’전은 20세기 후반 패션 사진의 흐름을 180도 바꾼 뉴튼의 전성기 작품 70여점을 소개한다.
1960년대 ‘보그’ ‘퀸’ ‘노바’ ‘엘르’ ‘플레이보이’같은 유명 패션잡지에 실린 그의 사진은 지금 보아도 파격에 가까운 ‘전위적’작품이었다. 옷으로 우아하게 몸을 감추는 패션사진의 고정관념에 도전한 작품으로 사진 속 주인공은 성적 도발과 역동성을 한껏 드러낸 여성들이었다. ‘여성다움’에 관한 이미지 전복을 선동하는 이들 작품으로 그는 명성을 안았다.
이번 전시는 뉴튼이 평생 집착한 화두 즉 ‘누드’ ‘초상’ ‘패션’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볼만한 작품은 ‘빅누드’ 시리즈와 ‘정형외과’ 시리즈.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대담한 누드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다.
자신만만해 보이는 여성 누드는 그 이면에 가학적이고 관음적 시선을 드러내 이율배반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과 아내 준(앨리스 스프링스)의 사생활을 폭로하듯 시작한 ‘초상’ 시리즈는 영화배우 카트린느 드뇌브, 엘리자베스 테일러, 발레리나 피나 바우쉬 등 유명 인사의 독특한 초상사진 10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독창적 작품 세계를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패션’사진은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포즈와 연출로 여성의 억눌린 욕망을 대리만족시킨다.
요즘 유행하는 파격적 이미지에서 뉴튼의 영향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너무 강렬하기에 헤어나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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