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파업 닷새 만에 임금협상안을 타결지은 데 이어 현대·기아·쌍용차 등 완성차 노사가 노사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협약을 맺는 등 투쟁 일변도의 완성차 노사 문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와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은 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KAMA사무실에서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완성차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노사 공동협의체를 구성키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노사 공동협의체엔 현대·기아·쌍용차 등 완성차 3개사가 참여키로 했으며 GM대우도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노사 공동 협의체는 비정규직 고용을 포함, 산업공동화방지 및 고용창출, 대정부 사업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관련 사업 추진에 소요되는 비용은 별도 기금 등을 마련,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공동협의체는 각 사 순이익의 5%를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 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한 완성차 4개 노조의 요구를 일부 수용, 기금의 성격과 조성 방안 등도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특정 산업 차원에서 노사 공동협의체가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어서 대립과 강경 투쟁으로 점철됐던 완성차 노사 문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차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 발전 모색을 위해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한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다른 사업장의 임단협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다른 업종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보이고 있다.
특히 기금 조성 및 운영, 논의주제 범위 설정 등의 구체적 현안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것이 없어 노사 공동협의체가 실질적 역할을 하는 기구가 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선 노조의 요구에 대해 한국자동차공업협회로 숙제만 떠 넘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올해 임금협상안에 대해 일찌감치 합의한 것은 완성차 노사 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사측은 닷새간의 노조파업으로 차량 1만8,994대를 생산하지 못해 2,631억원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47일간의 파업으로 10만4,895대를 생산하지 못해 1조3,106억원의 생산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다. 현대차 전천수 사장은 "이번 협상은 생산적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수출 확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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