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앞두고 당내 유력인사를 포함한 정치인 7명에게 각각 100만원씩의 후원금을 기부하고, 1,500만원의 특별당비를 낸 사실이 2일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당은 연이은 악재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드러난 사실과 해명
장 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에 걸쳐 한명숙 유시민 이미경 이경숙 의원과 총선 후보였던 허운나 김진애 후보, 중앙위원인 고은광순씨 등 7명에게 각각 100만원씩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장 의원은 "이미경 이경숙 의원과 허운나 후보, 고은광순씨의 경우 후원회가 없어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곧바로 돈을 돌려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머지 3명에게는 영수증을 발급 받았으며 공식적인 후원금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 의원은 또 2월초 500만원과 1,00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특별당비로 납부했다. 장 의원은 "중앙위원이 된 후 당의 요청으로 500만원을 냈고, 직후에 자발적으로 1,000만원을 더 냈다"며 "어려운 당을 돕기 위한 것으로 은행 온라인 계좌를 통해 입금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또 3월에는 기부행위가 금지된 비례대표 후보 신분으로 여사무원들에게 노란색 점퍼 10벌을 돌렸다.
문제점
이 같은 행위가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한 로비가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후원금을 제공한 이미경 의원과 허운나 후보는 당시 비례대표 선정위원이었고, 유시민 이미경 의원과 고은광순씨는 투표로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는 순위확정위원회 소속이어서 장 의원의 행태는 비판받고 있다. 특별당비도 같은 목적으로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러나 장 의원은 "특별당비를 낸 사실은 비례대표 선정위원이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여성 의원들과 의기투합해 잘 해보자는 취지에서 준 것"이라며 "순위확정위원이 194명이나 됐는데 일부 인사에 로비 한다고 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 의원이 점퍼 10벌을 제공한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고, 영수증 처리가 안된 후원금 400만원은 정치자금법을 어긴 것으로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일각에선 장 의원이 대한약사회 부회장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약사회의 돈이 유입되지 않았나"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장 의원은 "내 돈 중에서 현금으로 줬을 뿐 약사회 돈은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우리당 중앙위원을 거쳐, 3월29일 우리당 비례대표 순위확정 투표에서 23번으로 배정 된 뒤, 직전 번호였던 정동영 전 의장의 비례대표 사퇴로 22번으로 당선됐다.
한편 우리당은 이날 악재에 곤혹스러워 하며 최용규 조배숙 의원을 공동단장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신기남 의장은 "선입견 없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한 뒤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우리당 비례대표 선정과정
지난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선정과정에는 선정위원회와 순위확정위원회에 모두 220여명의 당내·외 인사가 참여했다. 우리당측이 수명의 위원에게 100만원씩 후원금을 주는 것으로는 선정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하지만 당지지도 상승과 함께 지원이 몰려 적잖은 잡음도 있었다.
2월4일 발족한 비례대표 선정위원회는 최상용 고려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외부 인사 15명과 국회의원 등 내부 인사 15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선정위는 2월29일 접수를 마감한 총 신청자 224명을 대상으로 40명의 비례대표 후보군 선정작업에 착수 했다. 선정위는 10여차례의 회의를 거쳐 3월27일 40명의 후보군을 확정 발표했다. 이 가운데 12명은 전략후보로 당지도부인 상임중앙위가 순위를 매겼다. 이때 민주당에서 입당한 조성준 전 의원을 전략후보로 20번에 배정했다가, 거센 반발이 일어나 박홍수 '당 FTA대책특위위원장'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전략후보 12명을 제외한 28명의 후보에 대해서는 3월29일 순위 확정 투표를 해 순번을 확정했다. 2단계 선정작업이었다. 국회의원과 중앙위원 등으로 구성된 당내 인사 97명과 동수의 외부인사 등 총 194명의 '순위확정위원회'가 1인4표제(남녀 각 2표)로 투표를 했다. 순위확정위원 중 장 의원의 후원금을 받은 인사는 유시민 이미경 의원과 고은광순씨 3명이다. 회의에서 이들 3명의 발언권은 높은 편이었다. 장 의원은 여성 후보 중 9위를 차지, 23번을 배정 받았다.
비교적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당 지도부와 위원회 사이에서 의견 충돌도 있었다. 유시민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비례대표 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순위확정투표를 기권하기도 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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