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고 이름난 고깃집은 대부분 생고기를 쓴다. 냉동창고에 얼려서 보관한 고기와는 맛이 확연히 달라서다. 눈으로 봐도 생고기의 땟갈과 신선도는 냉동고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연히 바다 멀리서 가져 오는 수입 고기가 아닌 한우를 주로 사용한다.지난해 말 서울 강남역 주공공이 극장 뒷편에 문을 연 도농리는 한우 생고기 전문점이다. 오픈한 지 얼마 안됐지만 고기 맛을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날 만큼 맛좋은 고기를 내놓는다.
이 집에서 고기를 시키면 ‘알맹이’만 나온다. 과자도 아닌 고기에 웬 알맹이냐고? 하지만 고기를 보면 금방 수긍이 간다. 지방이나 심줄 등 먹지 않는 부위는 모두 잘라내고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고기만 나와서다. 가지런히 놓인 고기살점의 불그스름한 색깔과 촉촉히 배인 육즙이 신선도를 말해 준다.
알맹이만 나오니 양도 많아진다. 보통 고깃집에서 한사람이 2~3인분을 먹기 예사인데 이 집에서 1인분이면 대부분 양이 찬다. 많이 먹는 사람도 2인분 이상 먹기 벅차다. 고기는 전남 함평과 광주에서 가져온다. 고기에 자신있는 집은 보통 육회를 권하는데 이 집은 ‘생고기’를 내놓는다. 계란과 배조각을 넣고 섞어 먹는 육회가 아니라 아예 ‘날고기’다.
또 눈여겨 볼 것은 구리로 만든 불판이다. 옛날과 달리 요즘 구리판을 쓰는 집은 찾아 보기 힘들다. 열전도율이 높아 고기 맛을 더 살려주지만 워낙 비싸서다. 철판보다 10배, 일반 불고기판 보다는 5배 이상 비싸고 씻기도 힘들다고 한다.
구리판은 모두 옛날 대장간에 특별주문해 만들어 왔다. 혹 유해물질이라도 섞일까봐 검사에 불합격하면 전량 반송 조치하기로 옵션도 걸었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의뢰해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주인 박현병씨는 대장간 몰래 샘플을 하나 더 보내 확인하기까지 했다.
보통 고기를 먹고 나서 먹는 것은 된장이나 냉면. 이 집에서는 설렁탕을 많이 시킨다. ‘설렁탕 전문점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머뭇거릴 쯤 주위를 둘러 보면 설렁탕을 먹는 손님들이 많다. 서울 강남의 유명 고깃집에서 설렁탕만 수십년 끓이던 주방장이 도맡아 끓여낸 덕분이다.
설렁탕은 고기에서 발라낸 뼈만으로 국물을 고아낸다. 모두 질좋은 한우 뼈다. 하루 18시간씩 3일을 끓이는데 느끼함이 전혀 없어 젊은이나 여자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설렁탕을 끓이는 가마솥은 4개인데 사골, 도가니 등 소의 여러 부위 뼈를 추가하며 끓여낸다. 재료를 배합하고 조절하는 비법은 주인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설렁탕이 더더욱 맛을 내는 것은 ‘토렴’ 과정을 거쳐서다. 보통 설렁탕을 시키면 밥과 소면이 담긴 뚝배기에 국물을 부어 내는데 이집은 다르다. 10년 경력의 이재혁(31) 조리사가 한 번 국물을 붓곤 이를 금방 따라 내고 또 다른 새 국물을 붓는 것을 3~4차례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밥에 국물 맛이 깊이 배이고 국물에는 밥맛이 더해지니 구수해진다. 밥 알갱이 하나까지 따뜻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이유 때문이었다.
● 메뉴와 가격/생불고기 1만5,000원, 설렁탕 6,000원. 런치스페셜 (육수불고기와 된장 혹은 냉면) 1만5,000원. 생등심과 주물럭등심, 꽃등심, 눈꽃살, 안창살 등은 2만4,000원부터, 생고기 2만8,000원.
● 영업시간 및 휴일/ 24시간(일요일만 밤10시까지)
● 규모 및 주차/ 테이블 45개, 룸 별도 구비. 빌딩내 주차 무료.
● 찾아가는 길/ 강남역 7번 출구 흥국생명빌딩 강남사옥 별관1층
● 연락처/(02)569-8200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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