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엔 장마철이 되면 동네 꼬마들은 다 개구리가 됐다. 쏟아진 비로 이곳 저곳 물구덩이가 패이면 녀석들은 고무신이든 운동화든 아랑곳없이 뛰어들어 발을 구르며 놀았고 귀가 길엔 너나 할 것 없이 물 찬 신발이 ‘개골, 개골’ ‘질꺽, 질꺽’ 노래를 불렀다. 어른이 된 뒤 가장 싫은 일이 빗물에 발이 젖는 것이 될 줄이야 그땐 몰랐다. 아쿠아슈즈가 올여름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비록 발이 젖는 것은 여전히 싫지만 아쿠아슈즈라면 물구덩이에 첨벙 뛰어들며 희희낙락하던 동심의 한 시절을 재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어, 이거 혹시 업그레이드된 향수상품?
아쿠아슈즈는 말 그대로 물을 의미하는 아쿠아(aqua)와 신발(shoes)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물에서 신는 신발. 물을 흡수하지 않는 특수 천소재를 사용한 기능성 신발로 원래 윈드서핑이나 스킨스쿠버 등 전문가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수중 레포츠를 즐기면서 미끄러지거나 발바닥을 다치는 사고를 막기위해서다. 그러나 꼭 전문가만 기능성 신발 신으라는 법 있나.
불과 1~2년쯤 됐을까. 스포티즘이 메가 트렌드로 뜨고 스니커즈 열풍이 거세지면서 아쿠아슈즈도 본래의 기능성에 패션성을 접목, 여름철 스포티한 옷차림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름용 조리나 슬리퍼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물속이나 물 밖에서 두루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수륙양용이라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통기성이 뛰어나고 물기가 쉽게 빠져 땀이나 물에 젖은 후에도 빨리 건조되는 메시(meshㆍ망사) 소재에 마치 맨발처럼 느껴지는 얇은 밑창, 마찰력이 높은 고무소재로 미끄럼방지 처리된 신발바닥 등이 아쿠아슈즈만의 장점. 당연히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일반 신발이나 구두에서는 찾기 어려운 날렵하고 독특한 디자인 감각도 여름철 캐주얼화로 대중화하는 기반이 됐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디자인과 색상도 갈수록 세련되어지고 있다. 나이키는 노랑 하늘색 오렌지 등 강렬한 색상을 사용한 제품을 ‘아쿠아삭’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아쿠아에 양말을 의미하는 삭(socks)을 합친 개념으로 아쿠아슈즈에 비해 더욱 가볍고 착용감이 좋다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휠라코리아와 FnC코오롱의 ‘헤드’, 아디다스, 스프리스, 리복, 신발전문 유통업체인 ABC마트의 자체브랜드 ‘호킨스’ 등도 아쿠아삭 혹은 아쿠아슈즈 제품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브랜드에 따라 인조피혁을 덧붙이거나 수중 활동시 신발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는 조임장치가 달린 것 등 디자인은 약간씩 다르다.
ABC마트 마케팅팀 김범래씨는 “장마와 레저열풍, 스포츠패션의 확산 등으로 당분간 아쿠아 슈즈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쿠아 슈즈를 구입할 때는 몇 가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발목을 너무 조이지 않고 신축성이 좋아야 하며 밑창이 충분히 얇아야 한다. 밑창이 두꺼우면 물속에서 넘어지기 쉽고 물과 잦은 접촉으로 신발의 형태가 변형되는 경우도 더 잦다.
전문가의 신발에서 대중의 패션화로 변신한 아쿠아슈즈는 지리적으로는 물가에서, 도심으로, 다시 산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강제화는 최근 등산화브랜드 ‘랜드마스터’의 여름 시즌 신상품으로 ‘아쿠아슈’를 출시했다.
외형상은 메시 소재를 사용한 아쿠아 슈즈이면서 바닥에는 특수 배수구멍을 뚫어 물 속과 뭍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여름계곡 피서객들을 겨냥한 상품. 이런 추세라면 곧 아쿠아 슈즈를 원용한 골프화, 테니스화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겠다. 물에 강한 아쿠아슈즈가 물 만났다고나 할까.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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