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파업사태 8일째인 2일에도 경영권 관련 쟁점을 놓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는 등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간의 파업은 시중은행 파업 중 가장 길었던 2000년 말의 국민·주택은행 파업과 같은 기간이다. 그러나 정부가 파업 장기화 시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데 이어 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여부가 3일 결정될 예정이라 이번 주말이 사태해결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노사 양측은 2일 하오 실무 협상을 재개하고 쟁점들을 논의했으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한미은행 상장 폐지 방침을 철회하라"는 노조 요구에, 은행측은 "경영의 고유권한에 관한 사항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또 다시 결렬됐다. 노사는 3일 오전 중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 변화가 전혀 없고 씨티그룹과 금융산업노조의 대리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예금인출사태가 있으나 큰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은데다가 노조원 이탈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 폭을 10.7%에서 8.6%로 낮추고 요구 조건을 38개에서 20여개로 줄인 데 이어 하영구 행장도 이날 "경영권과 임금 관련 요구가 철회될 경우 사태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혀 극적 타결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헌재 부총리의 공권력 투입 가능성 시사에 이어 경찰이 3일 중 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로 잠정 결정하면서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노조 집행부 11명이 3일 오전 출석 요청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세차례 출석 불응으로 체포영장 신청요건이 되는 만큼 공권력 투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하 행장은 "이 부총리 발언은 원칙론적 차원일 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나 금융권에서는 이번 주말이 고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전면적인 공권력 투입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업이후 1일까지 한미은행에서 인출된 돈은 모두 1조9,118억원으로 집계됐다.
/박진석기자jseokj@hk.co.kr
이준택기자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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