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중교통체계가 개편된 1일 출근길 시민들은 완전히 미아가 돼버렸다. 퇴근길에는 아예 꽉 막힌 도로에서 밤을 맞아야 했다. 정류장에서는 바뀐 버스번호와 노선은 물론, 정류장 위치도 잘 몰라 우왕좌왕하다 2, 3대의 버스를 놓치는 시민들이 부지기수였고, 버스 중앙차로 시행 도로에서는 다른 차로가 크게 막히면서 주변 도로들이 엄청난 정체에 빠졌다. 한번에 갈 수 있던 곳도 환승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지만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아 출퇴근시간도 길어졌다.중앙차로 밤늦게까지 극심한 정체
성산로와 강남대로 미아·도봉로 등 버스 중앙차로가 설치된 도로에서는 출근길은 물론 퇴근길에도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강남대로에서는 오후 6시30분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버스들이 밀려들면서 신사역에서 강남역에 이르는 4.8km구간의 중앙차로가 버스로 가득 차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는 기다려도 오지않고, 꼼짝 없이 갇혀 움직이지도 않는 버스를 원망하는 시민들의 항의와 분노가 이어졌으며 많은 버스이용객들이 주변 지하철 역으로 발길을 옮기기도 했다.
또 강남대로와 이어진 한남대교와 남산1호터널까지 정체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성산로 금화터널에서 성산대로로 이어지는 길과 수색로 주변에서도 퇴근차량과 버스가 엉키면서 밤늦게까지 치체가 계속됐으며 도봉로와 미아로에서도 1차선으로 향하는 지선차량과 승용차 등이 뒤섞이면서 차량 지체로 몸살을 앓았다.
정류장 대혼란
시내 곳곳의 정류장은 새 버스번호를 몰라 해당 버스를 그냥 보내거나 바뀐 번호를 확인하려는 승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중앙차로 쪽에 정류장이 신설됐는데도 기존 인도 쪽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이날 오전 성균관대 입구에서 중앙 정류장과 인도 정류장을 오가던 여고생 김선희(18)양은 "정류장이 바뀐 것을 몰라 30분 동안 버스 3대를 그냥 놓쳤다"며 "신설 정류장 이용 안내 표지판은 보이질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부분의 버스에서는 자동안내방송조차 나오지 않아 운전사에게 행선지를 묻는 승객들이 많았다. 471번 버스에 탑승한 김모(48)씨는 "번호와 함께 노선도 바뀌었는데 안내방송이 없다니 답답하다"고 불평했다. 노인들은 버스번호와 경유지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모(68)씨는 "새 버스엔 동그라미 속에 적힌 글자가 너무 작아 읽기가 어렵다"고 푸념했다.
환승 불편 커
운행구간 축소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용객들의 불편은 더욱 심했다. 후속 버스 도착이 지연돼 평소보다 출근시간이 길어지면서 지각하는 승객들이 속출했다. 회사원 서모(32)씨는 "평소에는 한번만 타면 되지만 노선 개편으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환승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 40분이나 지각했다"며 "나 같은 경우에는 중앙차로도 없고 환승까지 해야 해 출근시간이 오히려 길어지기 때문에 앞으로는 버스를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버스운전사 지옥 같은 하루
새 노선을 운행하게 된 운전사들도 시행 첫날부터 혼란을 겪었다. 중앙차로 구간을 운행하는 일부 운전자들이 기존의 인도 정류장에 정차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360번 운전사 김모(43)씨는 "아침에 어떤 버스를 운전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 했다"며 "버스 정류장 표시도 너무 작아 운전하며 일일이 찾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항의 폭주… 서울시 "우왕좌왕"
서울 대중교통 체계 개편 첫날인 1일 서울시에는 하루종일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새벽부터 새 교통카드 시스템이 먹통이 되고 중앙버스전용차로 개통 구간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등 첫날부터 심각한 문제가 잇따르자 서울시 관계자들은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종로소방서 5층에 마련된 서울버스종합사령실과 시청별관 1동에 마련된 버스노선안내실 등에도 관계자들이 모여 해결책을 찾느라 분주했으나 허둥대기는 마찬가지였다.
시 관계자들은 교통카드 시스템 오류 등에 따른 혼란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한데다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크게 당황해 하는 모습이었다. 각 교통관련 부서도 시민들의 항의 전화를 받느라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버스 이용안내 홈페이지(http://bus.seoul.go.kr)에는 출근길에 큰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비난글이 봇물을 이뤘고 항의전화가 폭주하면서 안내전화(080―800―5656)가 한때 불통되기도 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