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4년 만에 단행한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를 회생하기 위해 했던 비정상적인 초저금리 기조 시대가 마감했음을 의미한다.초저금리 정책은 조지 W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과 함께 미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쌍두마차였다. 2001년 미국 경제는 정보기술(IT) 투자 버블 붕괴와 9·11 테러의 여파, 잇단 기업 회계 부정사건이 겹치면서 뚜렷한 경기하강 국면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끄는 FRB는 지난해 6월까지 13차례의 금리인하를 통해 최고 6.5%에 이르던 연방기금 금리를 1.0%로 낮추는 밑바닥 금리정책을 펴왔다. 금리 1.0%는 지난 46년 사이 미국의 최저금리였다.
경기 불황의 시대에서 초저금리 정책은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제공하고, 주택 경기의 활황을 이끌었으며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줌으로써 경제 회생의 군불을 지피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의 금리인상 조치는 미국의 경제가 탄탄한 성장 국면에 접어듦으로써 더 이상 저금리의 약효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5개월 간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유가 급등 및 식품가격 인상으로 연간 기준 5.1%에 달해 지난해의 1.9%를 훨씬 초과했다. 노동시장도 지난 3개월간 약 100만 명분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지표를 두고 FRB는 이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의 관심은 금리인상 속도다. 그린스펀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단언, 금리가 원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 안정 유지를 위해 필요한 만큼 경제 전망의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상황 변화에 따라 0.5%포인트씩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4%에 이를 때까지 금리인상 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린스펀 의장 재임 17년 동안 FRB는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선 뒤 평균 2.67% 포인트의 금리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번 인상 국면도 이 같은 전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금리가 4%에 이르게 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말까지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그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한국경제에 藥? 毒?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중립적이다. 악재 측면도 있지만 호재 요소도 많아 어느 정도는 서로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은 수출이다. 일단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경기상승이 둔화한다면, 한국상품 구매력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수출에 '올인'하고 있는 한국경제로선 제2위 시장(전체수출의 16%)인 대미수출이 위축될 경우, 경기의 하방(下防)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입체적으로 보면 미국 금리인상이 반드시 수출에 부정적이지는 않다.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원화약세)기조가 펼쳐진다면, 우리나라는 가격경쟁력으로 오히려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
결국 수출에 관한 한, 금리인상은 악재(미국 경기둔화)와 호재(원화환율 상승)의 양면성을 띠고 있어, 양자의 파괴력을 수평비교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자본흐름 측면에선 별로 좋을 게 없다. 미국금리가 오르면 각종 국제금리도 동반상승, 해외차입을 했거나 준비중인 국내 기업·금융기관의 자금조달비용이 치솟는다. 또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개도국에 몰렸던 자본이 미국 국채쪽으로 빠르게 옮겨가, 외국인주식자금의 추가유입 제한은 물론 기존 자금의 일부 이탈현상도 예상된다.
반면 미국 금리인상은 원유·원자재 가격안정엔 순기능이 크다. 그 동안 원유·원자재 가격상승을 부추겼던 투자 자본들이 미국 금리인상으로 수익률 높아진 국채나 달러자산쪽으로 이동, 원자재가격 거품을 상당 부분 제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같은 득실계산은 '점진적 금리인상'을 전제로 한 것이다. 향후 FRB의 금리정책이 '조기·대폭인상'으로 선회할 경우, 혹은 고유가나 중국긴축과 어울어져 파괴적 시너지의 '화학반응'을 일으킬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충격은 훨씬 커질 수도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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