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통일부 공보관실 직원이 기자실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취재를 마치고 출입처에서 철수하려던 무렵이었다. 같은 시각 외교부와 국방부 기자실에도 이 자료가 배포됐다. A4용지 4장 분량의 자료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이날 아침 C일보의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한 신문의 비판기사에 대한 반박문이 모든 외교안보부처의 보도진에게 일제히 배포된 것이다. 이 글은 이미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에도 게재된 상태였다. 궁금해서 공보관실에 문의해보니 "NSC에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는 퉁명스런 답변이 돌아왔다.
문제의 기사를 읽으며 김선일씨 구출실패 논란을 바로 NSC의 위상과 조직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이라고 생각했다. 일부 사실에 대해서는 부처 공무원들도 과장이라고 고개를 내젓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NSC의 대응을 보고는 더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급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각 공보관실을 동원해 보도자료를 전파할 만한 일이냐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교안보라인의 행태에 대해 비판이 쏟아질 때마다 NSC는 한 발 물러나 부처가 뭇매를 맞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랬던 NSC가 자신들의 조직과 수뇌부를 겨냥한 보도에는 전력을 다해 대응을 하고 있다.
자료를 읽어본 기자들 사이에선 "독선적이고 유치한 논리"라는 평가도 많았다. 특히 이종석 사무차장 등 NSC 고위층을 흔드는 보도는 "국가안보의 벽을 허무는 행위"라고 주장한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1일 청와대 브리핑에는 NSC가 또 올려놓은 '반박문 2탄'도 실렸다. 정말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기관이냐는 물음과 함께 한숨이 나온다.
/정상원 정치부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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